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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無人時代] 온종일 나홀로 생활 서울서도 가능했다… 전수민 기자의 ‘무인시대’ 일일 체험기

[기타] | 발행시간: 2014.03.29일 02:04

1000만명이 사는 서울에서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던 지난 10일 하루 동안 ‘무인(無人)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현지시간은 오전 10시30분, 기온은 영상 3도입니다.” 미국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서 돌아오는 14시간 비행이 끝났다. 입국심사장에 도착하자 심사대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나는 그 줄에 설 필요가 없었다. 자동출입국심사를 신청해 뒀다. 서너 걸음 앞에 먼저 자동심사대를 통과하는 승무원들이 보였다. 그들을 따라 입국심사 기기에 여권을 펼쳐 올렸다. 스캔을 마치자 가림문 하나가, 검지 지문을 스캔하자 나머지 문 하나가 열렸다. 20초도 안 돼 입국심사가 끝났다. 입국심사대 직원과 사무적인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자동출입국심사는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과 체류 자격을 갖춘 등록외국인이라면 한 번 등록으로 여권 만료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무인발권기에서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매해 신용카드로 1만원을 충전했다. 서울에 돌아와 첫 번째 할 일은 은행 체크카드를 만드는 거였다. 출장 전에 하려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 지하철 이대역 부근 A은행 ‘스마트 지점’을 찾아갔다. 창구 직원 대신 터치스크린 모니터에 다가가 카드 종류별 설명을 읽고 하나를 골라 후불교통카드 기능, 결제계좌 등의 조건을 직접 선택하니 번호표가 나왔다. 직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곁에 놓인 스크린에 몇 차례 서명하자 카드가 발급됐다. 은행 직원도, 나도 일일이 카드 특징을 설명하고 듣느라 수고할 필요가 없었다.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다음은 신촌의 모교에 가서 대학 성적증명서를 떼고 출장기간에 읽으려 빌렸던 책을 도서관에 반납할 차례다. 증명발급기에 학번·주민번호를 입력했다. 졸업·성적증명서, 장학금수혜증명서 등 원하는 서류와 부수를 선택해 영·한문으로 출력할 수 있다. 1만원권 지폐를 발급기 옆 지폐교환기에서 1000원짜리로 바꾼 뒤 투입해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도서반납기를 찾아 반납 버튼을 누른 뒤 바코드 인식기에 맞춰 대출받은 소설책을 스캔했다. 3초 만에 반납 확인증이 발급됐다.

정오 즈음 신촌의 일본 식당 ‘이찌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가게 종업원과 말을 하지 않고도 식사할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입구부터 공석(空席) 안내 표지판과 주문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세트음식을 골라 터치한 뒤 카드를 긁어 결제를 마쳤다. 식권과 영수증이 함께 나왔다. 1인석에 앉아 선택지의 ‘보통맛’에 체크하곤 벨을 누르니 직원이 다가와 식권과 선택지를 가져갔다. 대화는 없었다. 10분쯤 기다리니 직원이 다가와 음식을 내려놓고 차양을 내렸다.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한’ 식사가 시작됐다. 이미 식사를 시작한 옆 자리 사람도 조용히 수저만 놀리고 있었다.

이제 출장 다녀오는 길에 산 초콜릿을 군대에 있는 동생에게 부칠 차례다. 서울 지하철 공덕역 무인우편창구에서 ‘보통소포’를 클릭하자 소포 내용물을 묻는 창이 떴다. ‘음식류’를 선택하고 발신인과 수취인 정보를 입력했다. 준비한 소포를 창구에 올려놓으니 무게와 크기를 측정해 요금을 알려줬다.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하자 증지가 발행됐고 이를 소포에 붙여 다시 집어넣자 접수 종료를 알리는 영수증이 출력됐다.

지하철역사 안의 무인민원발급기로 걸음을 옮겼다. 노란 서류봉투를 든 60대 남성이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를 떼 보기로 했다. 발급기 화면에서 ‘교육제증명’을 선택한 뒤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오른손 엄지를 스캔해 지문을 대조했다. 이어 해당 교육청과 학교명을 찾아 학교생활기록부를 선택하자 기계에 앞에 도착한 지 1분도 안 돼 고교 시절의 모든 기록이 출력됐다. 수수료는 1000원.

다음은 쇼핑이다. 지하철 선릉역사의 기둥 세 곳에는 홈플러스 가상스토어가 설치돼 있다. 학용품부터 건강식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마치 실제 진열대에 놓인 것처럼 기둥 위를 수놓고 있었다. 친구에게 피부에 좋다는 보충식품을 보내주기로 했다. 우선 홈플러스 애플리케이션 QR 코드를 인식해 휴대전화에 앱을 다운받았다. 상품 위 바코드를 휴대전화로 인식하니 구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앱에 연결됐다. 며칠 내로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친구가 이 물건을 무인택배보관소에서 찾아갈 것이다.

이어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본관 1층에 가서 무인티켓발권기로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영화를 골랐다. 오후 3시15분 시작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성인표 1장을 선택했다. “한 장이요”라는 말로 매표소 직원과 서로 무안해할 일이 없다. 멤버십카드 할인 등을 설정한 뒤 카드를 인식하자 결제가 완료되고 티켓이 출력됐다.

‘무인모텔’은 구경만 해보기로 했다. 겉모습은 일반 모텔과 다르지 않았지만 유리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카운터 맞은편의 직원이 아닌 객실 안내 스크린과 키 자판기 두 대, 인터폰이다. 스크린을 보고 원하는 방을 고른 뒤 키 자판기에서 ‘숙박’을 누르자 결제 창이 떴다.

공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은행 주민센터 우체국 업무를 본 뒤 쇼핑과 영화 관람을 한 하루 동안 나와 지나쳤던 많은 사람은 그저 ‘엑스트라’였을 뿐이다. 세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철저히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 서울에서도 가능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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