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슈팀 문해인 기자][['멘탈 붕괴'의 시대]③직장인 우울증]
직장인들의 '멘탈'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은 점심시간을 맞아 서울 여의대로를 건너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뉴스1
# "첫 직장에 입사한 지 8개월,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우울함이 찾아오고 회사에 도착하면 더 우울해져요. 하루 종일 멍하고 몸에 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5번 정도 고비가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하고 참았습니다. 근데 이번이 마지막 고비인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됐을까 돌이켜보면 회사 사람들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혼자 여자라서 접촉이 너무 적었던 것 같아요." (25세 여성 직장인 A씨)
# "다섯 달 전 한 소규모 비영리 단체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제가 모든 결재를 받아야 하는 한 상사는 입사 후 2주 정도 지나고부터 '하는 일마다 어설프다' '왜 이렇게 멍청하냐'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군요. 회사 사람들은 제가 일을 못해서 항상 혼나는 줄 알지만 저는 입사 후 제대로 업무 인수인계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항상 이런 취급을 받다 보니까 더욱 자신감도 떨어지고 하루하루가 우울합니다." (30세 남성 직장인 B씨)
직장인들의 '멘탈'(mental·정신)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3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9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5%가 '회사만 오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을 겪는다'고 답했다.
우울증은 업무 생산성 저하는 물론 사직 및 휴직을 초래해 해당 직장인이 속한 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 2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직장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 3명 중 1명이 업무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업무 능력 저하를 경험했으며 4명 중 1명은 아예 회사를 사직 또는 휴직했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사내 대인관계 등 기업문화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30대 여성 직장인 C씨는 "입사 직후 회사 내 정치적인 싸움에 휘말려 온갖 상처를 받았다"며 "이젠 그 일은 정리됐지만 회사만 오면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회사를 '오기 싫은 곳'이 아닌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의 임직원이 함께 기업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조언이다.
국내 한 IT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모 차장은 "회식이나 점심을 우르르 함께 몰려가 먹는 등의 강요된 식사문화도 직원들을 괴롭히는 기업문화의 한 측면"이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 회식이 없고 점심도 알아서 자유롭게 먹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이 2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기업은 지난해 국내 매출액 14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 차장은 "우리 회사도 처음부터 이런 문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8~9년에 걸쳐 대표와 직원들이 기업문화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나누고 공부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기업문화를 찾아나갔다"며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임직원의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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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팀 문해인기자 moo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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