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니나쌤(故 유니나 교사)이 살린 제자들… 하늘로 부친 편지 16통

[기타] | 발행시간: 2014.06.12일 03:03
[생존 학생들, 유 교사 부모에 전달]

"선생님이 끝까지 챙겨 주셔서 살아 나올 수 있었어요"

"계실 때 잘했어야 하는데… 화장 지우라던 그 집착도 이제는 그립습니다"

안산 단원고 고(故) 유니나〈사진〉 교사의 영정 앞에서 말없이 울던 제자들은 스승의 아버지에게 작은 분홍색 상자를 내밀었다. 그 속엔 편지 16통이 들어 있었다. 유 교사가 담임이었던 2학년 1반 생존 학생 16명이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였다. 열일곱 앳된 여학생들은 "상자도 편지지도 생전 선생님이 좋아했던 '리락쿠마' 캐릭터"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고대안산병원 장례식장이었다.

유 교사의 아버지 유진수(58)씨 부부는 딸의 제자들이 돌아간 뒤, 고이 접은 편지를 하나씩 펼쳐 읽었다. 그 속엔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아이들을 살리고 안심시키려 했던 유 교사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어제 카톡 정리하다가 선생님이 보낸 카톡 봤어요. 마지막까지, 정말 마지막까지도 저희를 걱정해 주시고 침착하게 만들어 주셨더라고요. 선생님 전화받고 또 카톡 받아서 친구들이 많이 침착할 수 있었고 그래서 많이 (살아)나올 수 있었어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박○○) 단원고 생존 학생 75명 중 2학년 1반이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 교사는 세월호 3층 중앙식당칸 의자 밑에서 발견됐다. 그의 시신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다. 사고 직후 생존 학생들은 "선생님 방은 5층이었지만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편지엔 그런 스승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은 식당에 있어서 저희보다 더 다치셨을 텐데 반장한테 전화해서 인원 파악하고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나는 식당 쪽에 있다'고 저희 안심시키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장○○) "걱정 말라 하시고는 전화가 끊겼었는데 너무너무 죄송하고…."(오○○)




생존한 단원고 2학년 1반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이었던 고(故) 유니나 교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전달한 편지. 학생들은 유 교사가 생전에 좋아하던 캐릭터인 ‘리락쿠마’ 모양 상자에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았다. /김승재 기자


한 제자는 항구를 출발하기 전 설렘 가득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떠올렸다. "(세월호 출발 전) 항구에서 선생님하고 남자친구 이야기할 때 '쌤도 남자친구 있으시죠?'라고 물었을 때 반지 보여 주시면서 '당연히 있지~'라고 웃으며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배에서 나와서 선생님 생각할 때 그 모습이 제일 처음 생각났어요. 그 말 하실 때 진짜로 행복해 보이셨다고 그랬는데…."(이○○)

사고가 나기 전 선생님이 제자들과 나눈 마지막 대화의 주제는 '밥'이었다. "식당에서 저희한테 '밥 맛있게 먹었느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그때 해맑게 '네~!' 이렇게 대답했었는데…."(이○○) "'밥 먹었어?'라는 이야기 한마디가 소중해질 줄은 몰랐어요."(설○○)

제자들은 유쾌한 일본어 선생님이던 '니나쌤'의 빈자리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어 시간만 되면 선생님이 틀어주시던 노래, 기묘한 이야기, 일본어로 된 광고 다 떠올라요."(김○○)

때늦은 감사, 원망 아닌 원망의 편지도 있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저 수학여행 못 갔어요. 제가 선생님한테 가정 형편 어렵다고 흘러가듯 얘기한 거 기억해주시고 추천해주신 덕분에 가게 됐어요. 감사하다고 제대로 말씀도 못 드렸어요." "선생님, 수학여행이 왜 이렇게 길어요. 어쩌다 수학여행이 이렇게 돼버린 건지 모르겠어요."

한 학생은 이승에서의 짧은 인연에 감사했다. "3월부터 4월 16일까지 유니나 선생님의 학생이어서 정말 정말 기뻤습니다."(김○○)

유 교사의 부모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펼쳐든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계실 때 잘해야 하는데 이제서야 모든 걸 잃고 깨달았어요. 화장 지우라던 그 집착도 이제 그립습니다."(김○○)

[안산=김승재 기자]

조선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10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사진=나남뉴스 레전드 시트콤 '세 친구'의 주역이었던 윤다훈이 이동건과 만나 기러기 아빠 근황을 공개했다. 최근 방송한 SBS '미우새'에서는 윤다훈이 오랜만에 출연해 오랜 인연 이동건과 만남을 가졌다. 윤다훈은 "7년째 기러기 아빠,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큰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사진=나남뉴스 배우 이동건이 드라마 업계 불황을 언급하며 제주도 카페 창업 의지를 드러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는 19일 방송하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카페 창업에 나선 이동건의 도전기가 공개된다. 이날 이동건은 진지하게 카페 창업에 대한 열정을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사진=나남뉴스 배우 고현정이 신세계 회장 정용진과의 신혼 생활을 최초로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고현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현정'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브이로그를 올리며 신혼 생활을 회상했다. 영상 속 고현정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바쁘게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