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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6.20일 15:13
(연길) 구호준

  지난해 사진기를 한대 샀다.

  니콘D7100으로 해상도만 2400만화소인 전문용 사진기에 300미리 망원렌즈를 함께 갖췄다.

  등산하는것이 내 취미중에 하나고 한국에서의 힘겨운 생활중에서도 여전히 고집하고 견지할수 있는것도 등산이였다. 가끔씩 지인들로부터 련락도 오고 선배들이 만나자고 해도 어쩌다가 한번 찾아드는 휴가일이면 술병이나 기울이기보다는 산으로 떠나는것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데는 최고의 선택이였다.

  사진기가 있으니 등산길에 아름다움들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사진기에 담았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감상할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등산중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이면 걸음을 멈췄고 52개의 초점이 하나의 시점에 머물렀을 때 숨을 멈추고 샤타를 누른다.

  나무가지에 앉아 먹이를 먹으면서도 주변을 두릿거리는 다람쥐, 거친 땅우에 얼기설기 엉켜있는 나무뿌리, 수백년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 누군가의 손에 다듬어진 것 같은 바위도 내 눈에 아름답게 느껴지면 샤타를 눌렀다. 사진기의 렌즈는 언제나 내 눈에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곳을 향하고 있었고 마음이 멈추는 곳들이 사진기에 담겨졌다.

  산이라고 꼭 아름다움만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흙먼지를 뒤집어 씌워 한치 앞도 안보이게도 하고 때론 거친 산바람이 몸뚱이 전체를 허공에 날려버릴것 같은 두려움도 동반한다. 수시로 있는 락석의 위험과 한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인생을 끝내야 하는 낭떠러지들과 조그마한 실수에도 길을 잃어버리고 어둠이 덮힌 산길을 더듬을 때에는 숨막힐것 같은 적막함이 말초신경까지 곤두서게 하는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허나 사진기를 갖추면서부터 더 이상 산의 어지러움이나 두려움들은 내 마음에서 사라져버렸다.

  사진기에는 늘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눈은 언제나 산행길의 즐거움들을 찾아야 했다. 아름다움만을 찾아서 헤매야 하는 산행길, 그 짧은 산행길에 언제 더럽고 추한것들에 신경을 도사리고 마음의 불쾌함을 만들어갈 여유까지 갖추랴?

  눈이 아름답다고 해도 52개의 초점이 하나로 집결할수 있을만큼의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것이라도 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모습이면 그것이 내게 주는 아름다움이고 그런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주변의 풍경들을 덜어내야 한다. 어차피 카메라 한대로 산 전체를 소상히 담을수 없는 일이고 그러니 최소한만을 잡아야 하고 그 최소한이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

  어쩌면 인생도 하나의 산행과 같은 려행이 아닌가싶다.

  내것도 아닌 세상에 와서 잠간을 머물다가 떠나야 하는 인생도 하나의 산행이 아닐가?

  잠간 머물다가 떠나는 인생 그런 인생에 나는 왜 세상의 아름다움만을 가슴에 담지 못하고 더럽고 어지러운것들에 더 집착했을까?

  인간으로 태여나 살아오는 동안 타인의 가슴에 숨겨진 아름다움보다는 밖으로 들어난 치부만을 보고 있었고 그런 치부들을 보면서 배타심리를 갖고 살아왔다.

  어쩌면 내 사진기의 초점이 머무르는 곳이 산행길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면 내 마음이 머무르는 곳이 내 인생에서 제일 아름다운것이 아닐가?

  카메라는 52개의 초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곳을 향해 멈춘다. 52개의 초점만이 아니라 520개의 초점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에서 숨을 멈출것이다. 허나 인간으로 태여나 인간을 향하는 내 마음의 초점은 단 하나뿐이련만 그 하나뿐인 초점도 언제나 어지러워져있었다.

  내 직업과 무관하게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내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고 그래서 나를 향해 마음의 초점을 맞추고 있을것이다.

  신분이나 직업의 귀하를 떠나 내 마음이 머무는 사람들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가?

  산행길에 사진기의 초점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곳을 향해 머문다.

  이젠 살아가면서 내 마음의 하나뿐인 초점도 아름다움에 머무르리라.

  내게 머무는 사람과, 내가 머물러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런 사람만이 아닌 나를 스쳐가고 또 스쳐갈 사람들에게서도 아름다움만을 찾아 초점을 맞추리라.

  카메라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듯이 내 마음의 초점을 타인의 아름다움에 멈춰있을 때 나도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고 그런 나를 통해 타인들도 아름답고 행복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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