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 들어 삼성전자(005930) (1,302,000원▼ 9,000 -0.69%) (1,302,000원▼ 9,000 -0.69%)담합·공정위 조사 조직적 방해에 이어 삼성카드(029780) (40,850원▼ 400 -0.97%)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허위 문건으로 자영업자를 속인 사건까지 터지면서 뒤숭숭하다. 그룹에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징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에게는 아직까지 피부로 와닿지 않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기강 해이 현상과 비리 등의 사건이 터지고 있고 회장이 형제들에게 상속소송을 당하는 ‘외우내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건희 삼성전자(005930)회장이 항상 ‘위기론’을 강조하고, 문제가 있는 임직원을 일벌백계하겠다는 데도 계속 눈꼴 사나운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한 관계자는 28일 “이건희 회장이 위기와 정도 경영을 항상 이야기하지만 이미 삼성 구성원들은 이 같은 발언과 관련, 내성에 젖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질책과 훈계가 약발이 안 먹힌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을 둘러싼 사건들은 상식적으로 봤을 때 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올 1월 삼성전자가 국내 경쟁사인 LG전자(066570) (86,000원▲ 1,000 1.18%)와 서로 짜고 세탁기, TV, 노트북 가격을 올린 사실이 적발돼 국민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이번 달에는 작년 3월 삼성전자가 공정위의 휴대폰 할인판매 관련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면서, 자료를 폐기하고 담당 임원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계약 해지 시 한미 FTA 분쟁 발생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물의를 일으켰다.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사건에 대해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직접 “담합·공정위 조사 방해는 해사 행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삼성카드 역시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8일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도 삼성카드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며 “회사 차원에서 준법경영뿐 아니라 도덕적·윤리적 문제까지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전 임직원한테 깊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룹 차원에서 강하게 이야기를 해도 각 계열사 사장들이 얼마나 관심을 챙기느냐에 따라 결과에서 차이가 난다”며 “임직원은 사장을 보고 일하는 것이지, 그룹을 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따라서 그룹이 아무리 강하게 이야기를 해도 계열사 임직원 개개인한테까지 파급력이 미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계속되는 사건은 충성도가 높은 임직원의 근무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도 삼성전자와 삼성카드와 같은 건이 재발한다면 그룹 전체의 경쟁력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선비즈 설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