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보라 기자] 배우 현빈이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극본 김지운, 연출 조영광)로 '시크릿 가든'을 통해 반짝이 트레이닝복 열풍을 불고 온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현빈은 구서진과 로빈, 2개의 인격을 연기하며 서커스 단장 장하나를 맡은 한지민과 로맨스를 점차 강화할 전망이다.
현빈은 방송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료를 많이 찾아 봤다. 외적으로 헤어스타일, 의상, 소품 등에도 신경을 썼다"고 캐릭터에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땀 흘리며 촬영하고 있다. 끝까지 잘 해낼 것이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포부를 전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기대 이하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드라마 '킬미 힐미'에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첫 회 8.6%를 시작으로 3회 7.4%, 5회 5.9%, 6회 5.3%(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갈수록 시청률 수치가 하락하고 있다. '킬미 힐미' 5일 방송분은 11%를 기록했다.
당초 톱스타 현빈의 복귀로 1위는 물론, 두 자리수 진입은 당연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무리 톱스타가 출연해도 시청자를 사로잡는 탄탄한 스토리가 갖춰지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현빈은 '하이드지킬, 나'에서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준 엘리트 캐릭터를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같은 재벌남이라면 적어도 말투는 바꿨어야 했다. 본인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한 것이다. 물론 브라운관을 뚫고 흐르는 그의 매력은 두말할 것 없이 충분하다.
동시간대 방송되던 KBS2 '왕의 얼굴'이 종영하면서 시청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으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되질 않는다. 현빈과 한지민이 로맨스를 강화한다고 해서 과연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게 될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이런 상황의 중심에 현빈이 서 있다.
물론 현빈에게만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의 SNS 파문이 원인일 수도 있다. 앞서 웹툰 '하이드지킬 나'의 이충호 작가는 '킬미 힐미'의 캐릭터 유사성을 지적하며 표절 시비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단단한 지지층을 가진 '킬미 힐미'에 흠집을 내 이득을 보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 지금 잡아둔 시청자들이 더 이상 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현빈은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그동안 그는 '까다로운 재벌남' 캐릭터를 너무 자주 맡아왔기에 현빈의 연기에 대한 감흥이 적다. 앞에 이야기했듯 이제는 스타의 인지도와 외모보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하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시대이다.
현빈은 지금껏 고수해온 스타일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멋진 남자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를 해야한다. 그에게 개혁적이고 신선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대박' 제작진, '훈남' 캐릭터가 넘치는 시놉시스를 초월해 제대로 된 작품을 잘 골라야 한다. 현빈이 모험심을 가지고 변화의 의지를 밝히면 시청자들이 그를 중심으로 새로 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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