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 가서) 만났을 때 부인이 슬퍼하지 않도록, 평안한 나날을 보낼 것을 부탁합니다.”
지난 8일 일본 지바(千葉)지방재판소(법원)의 사토 다케시(佐藤傑) 재판관(판사)은 부인을 살해한 혐의(촉탁살인)로 기소된 ㄱ씨(9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이례적인 주문을 했다.
ㄱ씨는 지난해 11월 지바현 모바라(茂原)시의 자택에서 다리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부인(83)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벼운 치매 증상까지 갖고 있는 ㄱ씨 부인은 다리와 허리 통증으로 인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였고 수시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ㄱ씨는 헌신적으로 간병을 해왔다.
범행 당일 ㄱ씨는 ‘죽여달라’는 부인 옆에 누웠다. ㄱ씨는 부인과 옛 추억을 더듬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부인의 목을 졸랐다.
사토 재판관은 “사랑해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60년 이상 삶을 함께 해온 부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데 대해 동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