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행시초(외1수)
김철
리수일과 심순애는 가고 없어도
대동강 푸른 물에
련정 하나 얹혀놓고
리수일과 심순애는
가고 없어도
강물은 여전히
사랑을 풀어낸다
뽀오얀 물안개 걷어내면
옛날의 아리숭한 기억
오늘은 어정어정
강변길을 거닐고
멋없이 싸우던 세월을
낯 붉히고
저 멀리 바람처럼 사라져간다
아지랑이 치마끝에
종달이가 울음을 달고
머-언 허공을 어루만질 때
눈 감으면
별처럼 떠오르는
그리운 이름들
언덕위에 못 박힌
력사의 짜증이
마가을 락엽처럼
누우런 한숨을 날리는데
그래도 끊지 못할
미련때문에
세월의 막 끝에 동을 달고
강물은 풀지 못할 수수께끼처럼
삶의 꿈길을 더듬어
쉼없이 가고 또 간다
리수일과 심순애는
가고 없어도…
분계선의 전망대
나의 젖은 상처가
꽃으로 번져가는
여기-
분계선의 전망대
소리없는 강물이
아프게,
아프게 내 가슴을 때린다
슬픔도 장사가 되는 세상
이 나라의 아픔을 구경하려고
온 세상이
구름처럼 몰려올제
한 시대의 부끄러움이
저기 강물에
빨갛게,
빨갛게 락조를 끓인다
철없는 애들이
박격포 포신같은 망원경으로
이 땅의 슬픈 력사를 읽으며
가시돋친 침묵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볼 때
무표정한 저기 강변마을들
그래도 감시초는
마비된 신경에
날을 세운다
뼈가 쑤시도록
외로움을 참지 못해
저기-
물새가 우는 뜻을
누가 모르랴만
이제는 눈물도 말라
소금이 된 세월이
무엇으로 달글가
1995년 12월 초고 2012년 3월 수개
한바다의 그리움을
홀로 마시며
저 바다 멀리서
등대가 반짝인다
풍랑이 몰아쳐도
비바람 후려쳐도
드틸줄 모르는
준엄한 그 위치
바다에 뿌리내린
사랑의 빛깔은
파도가 꼬나세운
삶의 보람!
사랑의 그 높이를
바다가 재고
추억의 그 깊이를
하늘이 가늠한다
해 가고 달이 가는
그 길목에
바람새 좋다고
기발을 흔들어주고
흐르는 세월의
길을 비추며
소문없이 살아가는
바다의 별
파란만장 어지러운 이 세상에
멀리 반짝이는 눈동자를 그리며
충성의 그 위치에
나도 영영 너처럼
굳어질순 없을가…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