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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란 소녀들은 남자처럼 머리를 깎았을까?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24일 09:11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나의 몰래 누리는 자유(My Stealthy Freedom)’

  (흑룡강신문=하얼빈) 사진 속 주인공은 언뜻 보면 남자아이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성입니다. 이 사진은 이란 여성인권 운동가들이 운영하는 ‘나의 몰래 누리는 자유(My Stealthy Freedo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것입니다.

  사진 속 주인공의 실명이나 나이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사진 속 주인공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나는 이란의 소녀다. ‘도덕경찰(morality police)’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 남자아이들의 옷을 입기로 했다. 그 결과 거리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사진속 그녀가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것은 최근 이란 사회에서 불고 있는 여성의 ‘히잡(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의무화’ 논란과 관계가 깊습니다.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저작권:미국 정부)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다소 특수한 정치체제가 수립됐습니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것인데, 이슬람 교리에 근거한 내용들이 국가 법으로 규정이 돼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경우 외출할 때 머리에 히잡을 의무적으로 둘러야 하는 것은 물론 더운 날씨에도 반소매 티셔츠나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 적용을 받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과 핵 협상을 타결지으며 13년 만에 경제 제재를 벗어나는 등 이란 사회의 개방화가 계속되면서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도 생겼습니다. 과거에 일부 인권운동가를 중심으로만 제기돼온 ‘히잡 의무화 지침’에 대한 이견이 점점 확대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모습들을 올리는 등 이전과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관광객 유입도 늘면서 일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란에 들어와 있는 외국 여성만이라도 히잡을 쓰지 않도록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히잡을 벗고 포즈를 취한 어느 이란 여성의 모습.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나의 몰래 누리는 자유(My Stealthy Freedom)’

  이란의 이슬람 보수세력들은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개혁적인 성향을 보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친위 세력들이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성직자나 사법계에 포진해있던 다수의 보수 세력들은 공공연히 이란 사회의 개방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이들은 테헤란 검찰 당국을 중심으로 ‘거미2’라는 작전명 하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패션업계 관계자들을 조사해 유명 모델 등 8명을 구속시켰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국영 TV에 히잡을 쓰고 나와 공개 사과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습다.

  이란 당국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도덕경찰의 복장 단속 지침도 한층 강화했습니다. 단속이 심해지자 SNS에 만연하던 머리카락을 드러낸 이란 여성들의 사진도 차츰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은 당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 속 주인공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은 물론 이란에서만큼은 남성의 전유물이던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야외를 활보하며 일종의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 것입니다.



머리카락이 드러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이란 당국에 체포된 이란의 유명 모델 엘함 아랍(사진 오른쪽)의 모습. (출처: 이란 인권운동가 트위터)

  사진이 올라온 페이스북 페이지는 페이지 팔로워 수만 100만명에 육박하는 사이트입니다. 이란 당국이 안 볼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에 자신의 사진을 당당히 올리는 것은 그만큼의 용기를 입증한 것 아닐까요.

  이런 용기있는 움직임에 일부 ‘깨어있는’ 남성들도 동참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이란의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란 출신 언론인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이런 문화에 대해 “이란 당국과 젊은이들이 심각한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란 사회에서 당국의 보수적인 이슬람 규정 적용에 대해 고령 세대는 지지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반발하는 등 여성의 히잡 의무화 문제는 세대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인 머리카락을 자르면서까지 당국과 맞서야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아랍의 봄’은 중동 사회의 역동적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이란 여성들의 봄은 언제쯤 올까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이란 사회의 여성 인권 문제, 계속해서 지켜볼 일입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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