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영국] 매트 스콧, 편집 이용훈 기자 = 로이 호지슨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날, '안필드의 전설' 케니 달글리시가 리버풀에서 경질됐다.
2011년 1월, 호지슨이 불명예스럽게 리버풀에서 경질됐고 '킹 케니' 달글리시가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로부터 16개월 뒤, 리버풀의 왕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낳고 제위를 박탈당했으며, 호지슨은 EURO 2012에 참가할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달글리시의 부임은 초기에 성공을 거뒀다. 호지슨이 지휘할 당시 하위권에 머무르던 리버풀은 달글리시와 함께 6위로 시즌을 마쳤고, 달글리시는 1월 이적 시장에서 앤디 캐롤과 루이스 수아레스를 영입했다.
호지슨은 오래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곧바로 웨스트 브롬에 부임해 11위로 지난 시즌을 마쳤고, 이번 시즌에는 그보다 나은 성적인 10위를 기록했다. 웨스트 브롬이 3년 연속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버풀도 기록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문제는 그것이 좋지 않은 기록이었다는 점이다. 끝없는 골 불운 탓에 홈에서 단 6승만을 거뒀고, 4위권 진입은커녕 8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숙적 에버튼보다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친 것은 7년 만이며, 6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승점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스튜어트 다우닝은 골을 넣지도, 다른 선수의 골을 돕지도 못했다. 조던 헨더슨은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고, 찰리 아담도 블랙풀 시절의 활약을 전혀 재현하지 못했다.
뉴캐슬에서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이던 캐롤은 최전방에서 팬터마임을 하고 있었고, 수아레스는 파트리스 에브라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서 후폭풍에 시달렸다.
달글리시는 수아레스의 인종차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이후에도 그를 옹호했고, 리버풀 팬들의 태도도 선을 넘었다. 이에 대한 언론의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달글리시는 불편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반대로 호지슨은 웨스트 브롬에서 자신의 명예를 되찾았다. 벤 포스터 골키퍼는 최고의 영입이었고, 셰인 롱은 최전방을 활발하게 누비면서 골을 터트렸다. 웨스트 브롬은 2011년 4월에 치른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크리스 브런트의 두 골로 2-1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리버풀은 그로부터 6개월 뒤에 2-0 승리로 복수했다.
호지슨과 달글리시 최후의 맞대결은 2011-12 시즌 종료를 다섯 경기 앞두고 펼쳐졌다. 달글리시는 FA컵 우승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호지슨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 맞대결에서는 피터 오뎀윈지의 골로 웨스트 브롬이 1-0으로 승리했고, 이는 호지슨이 웨스트 브롬에서 거둔 마지막 승리가 됐다. 경기가 끝난 이후 호지슨은 친정팀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 특별히 더 기쁘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이번 달글리시의 퇴진을 보면서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리버풀에서의 실패 덕분에 오히려 호지슨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감독이라는 좋은 평가를 회복할 수 있었다. 호지슨의 이러한 강점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