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허종호 기자] "만리장성이라는 표현은 끝이 없다는 표현이다. 중국은 실력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팀이다".
김경아(35, 대한항공, 세계랭킹 15위)밖에 믿을 선수가 없다. 김경아는 지난 18일 인천 삼산체육관서 열린 '2012 KRA 한국마사회 코리아오픈' 대회 이틀째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일본의 후지이 히로코(40위)를 4-1(5-11 11-9 11-9 11-5 13-11)로 제압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김경아의 16강 진출로 한국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당예서 석하정 양하은(이상 대한항공) 서효원 박영숙(이상 한국마사회) 박미영(삼성생명) 이은희(단양군청) 윤선애(포스코파워) 등이 분전했지만 세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32강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기 때문.
이번 대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했다. 세계랭킹 1위부터 15위까지 이번 코리아오픈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는 단 1명뿐. 말 그대로 특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김경아만이 유일하게 시드를 배정받았고, 16강에도 홀로 합류하게 됐다.
문제는 16강이다. 대진운이 좋지 못한 김경아는 16강에서 중국의 리샤오샤(4위)를 만나게 됐다. 중국 선수들끼리는 실력의 차가 있겠지만 그외의 국가들에 중국은 단지 하나다. 모두 실력이 한 수 위인 중국 선수일 뿐인 것.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세계랭킹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이유로 김경아는 이번 대회서 성적을 내기 보다는 중국에 대한 분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아의 목표는 코리아오픈이 아니라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김경아는 "코리아 오픈에 앞서 열린 2번의 오픈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중요하지가 않다. 자신감은 높아졌지만 내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대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톱랭커들이 많이 나오고 16강에서 중국과 붙는 만큼 성적을 낸다기 보다는 검증을 한 번 더 해서 중국과 경기가 어떤지 체크를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수식어는 오랫동안 '세계최강'이었다. 예전에는 노려 볼 만한 최강이었다면 최근의 중국은 노려 보지도 못할 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아는 "만리장성이라는 표현은 끝이 없다는 표현이다. 그만큼 중국은 실력의 끝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사실은 이걸 보완하면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막연하다. 어떤 걸 보완했더니 안 됐는데 다른 걸 보완하면 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된다. 분석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기술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 자체가 되지 않으니 이기는 게 어렵고 막연한 듯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경아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포기한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희망사항에 그치기 때문. "올림픽에는 한 국가당 출전이 2명으로 제한된다. 메달을 따는 데 유리해진 면이 있다. 그만큼 메달 획득보다는 색이 중요하다.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결승에 가서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위해서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경아의 생각. 그녀는 "한 번은 이겨봐야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회는 있다. 이번 코리아오픈도 그렇고 다음의 중국과 일본 오픈에 중국 선수가 계속 나온다. 자신감과 올림픽을 위한 데이터를 쌓기 위한 기회다. 중국에 대한 약한 마음도 없애고, 중국과 붙었을 때의 공략법을 찾아서 올림픽에서 사용하는 게 3개 오픈에서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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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