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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미학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7.22일 08:46
작성자: 장경률

(흑룡강신문=하얼빈) 인간은 늙어가면서 일반적으로 하나의 비슷한 페단이 있는데 바로 버리기 아까워하는것이라 하겠다. "일단 나의 손에 들어온것이면 어지간해서는 놓지 않는다." 버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번은 부인이 나의 낡은 옷들을 정리할 때였다. 그는 낡았거나 시체가 지난 옷가지들을 던질 보따리에 퍼그나 싸놓았었다. 나는 그중 아직도 입을 만한것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고 못내 아쉬웠다. 그로부터 며칠후 부인은 내가 입은 쟈크를 보고 "내가 던져버린줄 알았더니 당신이 빼돌렸구려!라고 하면서 "얼마 입지 않고 묵여둔 새옷들도 많은데 언제 다 입겠다고 그러세요, 새로운 양식도 날마다 나오는데… "하면서 책망하는것이였다. 실상 나더러 사회구역에서 마련한 낡은 옷 상자에 던져버리라는 것을 내가 부인 모르게 몇견지 되가져 왔던것이다. 이외에도 외출하였다가는 가져오는 자질거레한 물건들이 많다. 실상 얼마 쓰는 일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젯날 집안의 로인들이 던질 것은 던지지 않고 자꾸 걷어오고 곳간에 장져두고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던져 버리라"고 하던 것 옛말, 나이가 드니 나도 그런 전철을 뒤따라 밟는가보다.

  젊은이들의 집과 늙은이들의 집은 일반적으로 그 집에 척 들어서자마자 금방 알린다. 젊은이들의 집은 흔히 깔끔하고 산뜻한데 늙은이들의 집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로 발을 디뎌놓을 자리조차 없기 일수다. 실상 이런 늙은이들의 집도 갓 이사를 왔을 때는 그래도 한때 넓은 공간이 있고 쾌적하였겠지만 20-30년 지나고나니 언제부터인가 고물창고로 변모한것이다. 쥐고 온 물건은 던지지 못하는데 밖에 나가기만 하면 또 그 무엇이든지 들고 들어오는데서 였다. 분명한 원인은 곧바로 버리지 못하는데서 인기된것이다.

  "희사(喜捨)"라는 말이 있다. "아까워하지 않고 기쁘게 내놓는다"는 뜻일게다. 사회생활에서 기부가 그러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 무엇을 바라지 않고 즐거운 기분으로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을 말한다. 돈이든 물자든, 그렇찮으면 지식이든 예술이든 유형적인것일수도 있고 무형적인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것들을 어떻게 순순히 내놓을수 있을가? 힘들게 얻고 귀중하게 혹은 정중하게 받은것인데 훌렁 내버릴수야 없지.

  이런 분들에게 정중하게 권장한다. "버리는 순간 그의 집착에서 해탈될수 있다." 곧바로 그에 대한 집착과 속박과 예속에서 "해방된다"는 말이다. 집착과 예속은 흔히 심신을 흐리우고 걱정꺼리를 만든다. 우리는 그 무엇을 소유한 순간 그 소유물로부터 집착이 따라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나의 책장에는 김철시인의 시집 "세별전"이 두권 있다. 지난 세기 70년대는 책이 귀한 때라 서점에서 새로운 시집을 접하자 즉시 한권을 샀다. 책이란 빌린 것이면 제꺽 보고 돌려 주지만 산 것, 자기의 소유물로 된것이면 "후에 틈이 나면 보지"하면서 장져 두는 습관이 있다. 마찬가지로 상기시집도 줄곧 보지 않다가 2년후 서점에 가서 또 삿던것이다. 사둔것은 까맣게 잊고서 말이다. 이처럼 우리들의 옷장이나 서랍을 정리해 보면 깜짝 놀랄것이다.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물건, 쓰지 않는 가방 등 한두번 쓰고서 장져두고 자리만 차지하는 그런 잡동사니들이 얼마인지 모른다.

  "언제쯤 쓸일이 있을거야." 잡동사니들을 버지지 못하면서도 이를 정당화하는 변명들이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후 보면 한번도 쓰지 않고 그냥 이 구석에서 저 구석으로 이 상자에서 저 상자로 수차례 이사다니면서 자리만 차지한 그런 물건들이 적지 않다. 정작 시간이 지난후 그 물건을 다시 쓰자고 보면 구식이고 낡았고 너무 하잘 것 없어서 그때에야 허허 웃으면서 던져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던지기 아깝고 소중한 물건은 그냥 던져버리는것도 랑비이다. 하다면 그 처리방식만은 다르다면 그런 페물, 고물들의 가치도 충분하게 살릴수 있는것이다. 바로 기부이다. 친구나 지인이거나 이웃이 필요로 한다면 그냥 넘겨주면 되는것이고 그렇찮으면 동네에 갖고가서 누구네가 수요하는가고 탐문해도 되는것이다. 자원봉사단체에 기부하여도 되고 그냥 벼룩시장에 내놓아도 되지 않겠는가?

  우리 집에는 시꺼멓게 그을린 무쇠냄비가 있었다. 부인이 대학생시절에 그처럼 어렵게 살면서도 한푼두푼 모아서 산 것, 우리들이 결혼해서도 30년동안 같이 한 단순 취사도구를 벗어나 살림의 동반자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어느때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우연한 기회에 저의 친구가 우리집에서 술놀이를 한후 연회상을 거두면서 "이 잘난 것 무었이 아까워서 그냥 쓰는가"고 하면서 던져버렸다는것이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몹시 서운해 하였다.

  상기한것처럼 가치여부 사용여부를 떠나서 버리지 못하고 버려서도 안되는 그런 고물이나 기념물들도 있을수 있다. 부모님들로부터 대물림한것이나 대학교시절 반급에서 집단으로 나누어준 기념품이나 친구, 지인들이 증정한 소중한 기물 이런것들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낡아도 아무리 볼품없어도 두어야 하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물상자에 잘 보관해두는 것이 마땅하다. 버릴물건이 아니니깐.

  필자도 정작 이렇게 설교하지만 이 시각에도 의연히 과감하게 버리지 못한다. 버리는 순간 홀가분한 심태를 얻는다는 철리를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재삼재사 결심한다. 나한테 소용없는 것은 단호하게 버리겠다고. 이 세상을 살아 오면서 그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던 그런 마음도 말이다. 그러면 마음도 한결 맑아지고 아름다워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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