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문제에 관해 내가 얘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박주영(27·아스널)이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병역 논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는 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의 조언에 대해 침묵으로 맞섰던 박주영이 입을 열었다.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의 고대신문을 통해서다. 29일 게재한 인터뷰에서 박주영은 “병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축구협회와 최감독의 조언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주영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말한 것을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병역 논란 직후 한 매체와 전화 인터뷰에서 “연기를 했지만 35세 이전에 현역병으로 입대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협회는 이런 해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 기자회견을 요청했지만 박주영은 고대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이를 깨끗이 묵살한 셈이다.
박주영은 국가대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국가대표선수가 되면 최선을 다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선발기회가 오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시 뽑힌다면 열심히 할 마음의 자세가 돼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병역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후 대표팀 발탁과 관련된 판단을 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에게 넘긴 셈이다.
하지만 최 감독이 박주영을 다시 대표팀에 뽑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박주영이나 최강희 감독 둘 중 한 명이 자신의 뜻을 굽혀야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소신이 뚜렷해 적절한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영의 근황도 공개됐다. 그는 25일 모교 고려대를 찾아 1억원을 기부했다. 박주영은 “예전부터 기부에 대한 생각은 늘 해왔다”며 “이번 기부 역시 늦은 편이라 생각한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려대’라는 울타리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나타냈다. “늘 고려대라는 자부심이 마음속에 있었다. 이번 기부도 그런 마음에서 하게 됐다”고 29일 고대신문을 통해 밝혔다.
2004년 정기전에 대한 추억도 말했다. 그는 정기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고려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박주영은 “(야구와 농구·아이스하키·럭비에서) 2-2로 비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축구에서 무조건 이겨야 했다”며 “다행히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고 고연전도 이기게 돼 감격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후배들에게는 “프로 리그로 가게 되면서 대학 생활을 1년 밖에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후배들도 길지 않은 4년의 시간을 후회 없이 보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통 시즌을 마치고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낚시를 할 때도 있다. 보통 시즌이 끝나면 완전히 쉬는 편이라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조용한 성격의 그다운 답이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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