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국정 농단]
"조사 하루에 안 끝날 수도"… 탄핵 때 법적 근거까지 대비하는 듯
- 어떤 혐의 조사하나
대기업 774억 모금 지시했나, 최순실에 국가기밀 유출했나
최순실·차은택 뜻대로 인사했나,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했나
- "대통령 조사 위해 총수들 조사"
"朴대통령에 직권남용 적용할지 3자뇌물 적용할지 결정만 남아"
헌정(憲政)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13일 "큰 그림은 다 그려졌고, 세부적인 준비만 남았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주부터 전담팀을 꾸려 박근혜 대통령 조사 방식과 시기 등을 검토해왔다. 국민 여론이나 조사할 분량 등을 감안할 때 서면(書面) 조사는 처음부터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검찰은 경호 문제나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방문 조사'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사가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을 밤늦게까지 조사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조사 시간을 처음부터 한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할 부분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 모금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박 대통령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진술과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모금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특히 지난 5~6월 검찰의 내사(內査)를 받던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는 과정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자신이 쓰던 다이어리와 업무일지, 수첩 등을 검찰에 냈는데, 여기에는 '지시'의 내용이 촘촘하게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12~13일 박 대통령과 지난해 7월 24·25일 독대(獨對)한 대기업 총수들을 연달아 소환 조사한 것도 이 같은 안 전 수석의 진술과 증거에 기반한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 조사는 대통령 조사를 위한 준비"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 대통령 조사가 끝나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지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절차만 남게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문과 정부 인사(人事)·외교·안보 관련 국가 기밀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했다는 의혹 역시 박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거의 끝난 상황이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문서를 잘 전달했는지를 묻기도 했다"는 식으로 진술해 이 사안에 박 대통령이 직접 연관돼 있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압수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선 그런 내용을 담은 통화 녹취 파일도 발견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을 시켜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의혹,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차은택(47·구속)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문화체육계 인사 청탁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도 조사키로 했다.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과 관련해선 조원동 수석이 'VIP 관심 사안'이라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수사받을 수도 있다고 겁박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안종범 전 수석이나 차은택씨는 차씨의 측근을 'KT 전무'로 앉히는 인사에도 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자 진술이나 증거 등을 볼 때 사실상 '피의자 조사'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검찰 주변에선 "정치권에서 향후 여러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대통령 탄핵(彈劾)을 거론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탄핵에 대비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될 경우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게 되는데, 그 경우 '검찰 수사 결과'가 결정적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