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중앙위원회의 기독교분과 소속 당원들이 1일 오후 KBS 본관 지하식당에서 돌연 공식회의를 개최해 KBS 식당운영자의 항의를 받자 고성과 욕설을 퍼붓는 등 소란을 피운 현장이 목격됐다.
50~60대의 교회 장로, 목사, 집사 등 기독교 관계자로 구성된 새누리당 중앙위 기독교분과 소속 새누리당원 30여 명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KBS 본관 지하에 있는 KBS 식당 한켠에서 식사를 한 뒤 오후 1시부터 갑자기 KBS 식당 벽에 ‘새누리당 중앙위 기독교분과’라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이밖에도 ‘일시 2012년 6월 1일 금요일(13시)’, ‘장소 : KBS 본관’이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이들의 회의과정에서는 “이 자리는 하나님의 영광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누리당 중앙위가 재정적으로 어렵다” 등 당 운영과 관련된 목소리가 식당에 흘러나왔다. 회의중에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본 이곳에서 식사를 하던 일부 KBS 직원들이 “왜 여당의 행사를 KBS 건물 내에서 하느냐”는 등 식당운영자에 문의하는 등 행사 자체의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됐다.
식당운영자들은 새누리당 기독교분과 당원들의 회의에 대해 “사전에 KBS 출신 인사 이름으로 예약을 한 것이어서 새누리당 사람들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뒤 즉시 회의 중인 당원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당원들은 곧바로 현수막을 뗐다.
식당운영자인 박순동 사장은 이들 당원들에게 “남의 식당에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사전에 새누리당 회의한다고 말씀하셨어야 하지 않느냐, 현수막 같은 것 붙인다는 말도 전혀 없지 않았느냐”고 거듭 항의했다.
일순간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회의자체가 중단돼 결국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60대 당원이 식당운영자에게 “한 번 얘기했으면 됐지 왜 자꾸 나가라느냐”며 “어디 남 회의하는데, 불쑥 들어오고 그러느냐, 이런 ×같은 경우를 봤나. 나도 KBS 출신이다. ×같은 ×”이라고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여성인 식당운영자 가까이 와서까지 욕설과 반말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중앙위원회 기독교분과 위원장인 김희웅 목사는 “기독교 분과 당원들끼리 대화하고 기도하고 가려했는데, 논의 과정에서 목소리가 커져 이렇게 됐다”며 “기독교분과 발전을 위해 당원들과 식사하면서 함께 참석한 김신조 목사(남파 간첩)의 안보의견을 들어보고자 마련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KBS는 이런 사태의 재발방지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이날 오후 "KBS는 오늘 발생한 돌발사태(새누리당 기독교 분과 회의 개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 같은 돌발행동을 일으킨 퇴직사우들과 본관 식당을 예약한 김아무개 사우에 대해 엄중경고하며 재발방지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배 실장은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식당 등 KBS 시설 편의를 제공해온 KBS 퇴직사우에 대한 예우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 미디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