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작년 전 세계 TV 시장 1, 2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고 3D(입체영상) TV 등은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TV 6년 연속 세계 1등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19일 삼성전자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TV 4769만대(점유율 19.3%)를 팔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일본 소니를 제친 이래 6년째 1위 행진을 이어갔다.
LG전자 역시 15.1%의 점유율을 기록, 2009년 이후 3년째 글로벌 2위 자리를 지켰다. 양사 판매량을 합치면 작년 전 세계에서 팔린 TV 3대 중 1대는 한국 제품이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하락세가 완연했다. 3위 소니는 한자릿수 점유율(8.2%)에 머물렀다. LCD(액정디스플레이) 대신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에 집중투자했던 파나소닉(4위·7.5%)도 고전했다. 도시바(5위·6.5%), 샤프(6위·5.5%) 등 2000년대 초까지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업체들은 모두 부진했다.
◇성장세 둔화…혁신 상품 언제 나오나
삼성과 LG가 물량으로는 시장을 압도했지만 질적 측면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모두 지난해 성장 둔화를 겪거나 판매량 확대에 실패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0년엔 전년보다 19%나 더 많은 TV를 팔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성장률이 6%로 뚝 떨어졌다. LG전자의 경우 판매대수가 2010년보다 4% 줄었다. 2007년 이후 매년 20% 안팎의 판매 신장세를 보이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작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지만 TV시장의 성장을 이끌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전년 대비 28%나 판매량을 늘렸고, 2010년에도 19% 성장했다. 그 배경엔 디자인을 혁신한 크리스털로즈TV나 LED(발광다이오드) TV처럼 소비자들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혁신적 상품이 있었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2010년부터 주력으로 밀었던 3D TV나 스마트TV는 아직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2412만대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LED TV의 초기 성장세에 비해선 미진한 모습이다. LED TV는 출시 이듬해인 2010년에만 4000만대가 팔렸다. 3D TV의 성장 속도가 LED TV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3D로 볼 수 있는 영상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러 3D TV를 찾는 수요가 활발하지 않다"며 "요즘 고급 TV에는 대부분 3D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스마트 기능이 들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애플 아이폰에 끌려다녔던 스마트폰 시장과는 달리 TV시장에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며 "이제 확고한 선두권 업체로서 혁신적 상품을 내놓지 못하면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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