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제패한 여고생 아마추어 김효주(17·대원외고 2·사진)가 사실상 일본에서 프로데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효주의 부친 김창호(54) 씨는 11일 오전 한국으로 귀국하기 직전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JLPGA 관계자들에게서 내년 시즌 일본에서 뛸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현재로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대한골프협회(KGA)와 협의를 거친 다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측과도 김효주의 장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주가 일본행 쪽으로 기운 데는 일본에서는 아마추어가 우승할 경우 1년 이내에 프로로 전향하면 1년간 풀시드를 주는 규정 때문이다. 이 경우 만 18세를 넘어야 하지만 김효주는 내년 하반기에 나이 규정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남자 골프스타 이시카와 료가 17세 때인 2008년 프로로 데뷔한 바 있어 김효주도 JLPGA 이사회 결의로 ‘특별 입회’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JLPGA 관계자가 전해 왔다는 것. 따라서 일본에서 시드를 줄 경우 김효주는 국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내년 시즌부터 일본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김효주는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우승했으나 KLPGA의 경우 아마추어 우승자에게는 시드를 주지 않고 바로 정회원 자격증만 부여한 뒤 오는 11월 시드전을 나가 상위 5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또 정회원이 돼도 2년간 해외에 나갈 수 없는 불리한 조항까지 있다.
일본 투어에서 김효주에게 시드를 줄 경우 그는 국내 정회원 자격을 포기하고 일본에서 프로 선언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상금 규모와 세계랭킹 포인트 배정이 커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더라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기회가 훨씬 많은 편이다. 김효주는 현재 신분이 아마추어 국가대표인 만큼 오는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월드아마추어골프팀챔피언십을 마치고 곧바로 프로로 전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효주는 10일 일본 효고현 롯코고쿠사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JLPGA투어 산토리 레이디스오픈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11개를 잡아내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일본 여자골프의 새 역사를 쓴 김효주의 우승 소식은 일본 골프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16세 332일의 나이로 우승한 김효주는 ‘일본의 우상’ 미야자토 아이의 최연소 우승기록(18세 101일)을 1년 이상 앞당겼다. 한 라운드 11언더파 기록은 JLPGA 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을 경신했고, 한 라운드 버디 11개는 JLPGA 투어 최다 버디 수 타이기록이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 비결에 대해 “마지막날 퍼팅 수가 21개에 불과할 만큼 퍼터가 잘돼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며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너무 기쁘지만 앞으로 조급하지 않게 눈앞에 있는 것을 차근차근 이뤄 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9월 아마추어 마지막 도전무대인 세계선수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전했다.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