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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수술 거부, 집단 이기주의" 30대 의사 폭탄선언

[기타] | 발행시간: 2012.06.16일 13:36
"개인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정신은 `평등`과 `박애` 등 인도주의를 담고 있지만, 알고 보면 `동업자 선언`이죠. 의사들은 도제식 수련을 받기 때문에 의료계 이익과 관련 때론 집단의식에 빠질 수 도 있겠지만, 이번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회장 노환규)의 `수술거부`는 건전하지 않은 동업자 정신입니다."

서울적십자병원 재활의학과 정형준(38) 과장은 15일 매경경제 뉴스속보부와의 인터뷰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의협의 수술거부 통첩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포괄수가제로 인해 눈 수술시 저가 수정체를 써야하고 제왕절개의 경우 무통주사를 쓸 수 없다고 주장 했는데, 이러한 우려는 의사들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라면서 "돈 때문에 저가 재료를 쓴다는 것은 환자들을 볼모로 한 으름장이나 다름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포괄수가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7개 질환(백내장·편도·맹장·탈장·항문·자궁·제왕절개 분만)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실시키로 했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는 일종의 진료비 정찰제다. 기존 행위별수가제의 경우 각 병·의원마다 진료비가 달랐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환자는 의료서비스의 양질에 관계없이 미리 책정된 진료비만 지불하면 된다. 정부는 이 제도를 오는 7월부터 병·의원급에,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에도 의무 적용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갈등은 격화됐고, 의협은 수술거부라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정부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일선 병원에서 수술거부가 확대될 조짐이어서 의료대란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본지 기자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한 젊은 의사의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해 레지던트를 마친 그는 지난 3월 서울적십자병원에 부임했다. 인터뷰는 그의 조그만 진료실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실내 냉방이 약한데다 초여름같은 날씨로 기자 등줄기에는 땀이 흘러 내렸지만, 그는 진솔하고 담담하게 때론 의료계의 집단적 이기주의, 정부의 무책임과 태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포괄수가제는 정부가 상생하자고 내놓은 정책인데 의협이 왜 무조건으로 반대한다고 생각하나.

▶ 의협의 포괄수가제 반대와 수술거부 사태는 불건전한 동업자 의식이다. 정치공학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새로 출범한 현 노환규 회장 체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려는 측면이 일정 부분있는 것 같다. 노환규 회장 체제 출범전 노 회장이 대표로 있는 전국의사총연합회 회원들 중 일부는 경동호 전 의협회장에게 계란과 냄새나는 액젓을 투척하는 등 폭력사태가 있었다. 노 회장 주위의 강성으로 보이는 일부 젊은 의사들은 마치 똘마니같다.

-정 과장님은 최근 열린 보건의료진보포럼에서 `한국의 의료수가 과연 낮은가`란 주제를 발표하면서 `저수가` 논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 핵심이 뭔가.

▶ 국내 수가가 낮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신데, 한국의 경우 비보험 영역을 통해 병·의원들이 보험적용 부문에서 얻지 못한 수익을 메우고 있는 만큼 꼭 저수가라고 보긴 힘들다. 문제는 행위별수가 자체가 시장가격인지를 평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의사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며,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자들은 의사나 병원을 비교하기 힘든 처지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재다. 하지만 정부는 영리화를 부르짖고 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무한 경쟁체제를 도입하려고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들의 불신이 깊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수술거부는 정부가 초래한 면도 크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불만이 높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의협은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선동을 하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면에서 의협 내부에서도 현 노환규 회장 체제와 대응에 불만이 많을 것으로 본다.

-포괄수가제 시행이 의협의 주장처럼 의료의 질 저하, 저가재료 사용 확산, 신치료 개발 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가.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외국에서 의료의 질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오히려 의료의 질이 높아졌다는 조사도 있었다.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포괄수가제가 진료비 절감과 병원의 경영효율성 향상에 기여했으며, 의료의 질 저하나 의료기관의 중환자 기피 문제 등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다.

사실 정부의 이번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르면 편도수술 수가는 9.8% △충수절제술 5.3% △탈장수술 9.3% △항문수술 1.3% △ 자궁적출술 13.2% △제왕절개술은 9.1%가 각각 인상된다.

반면 수정체 수술은 수가가 10% 인하된다. 이로 인해 저가 재료 사용 우려 등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저가 수정체 사용이나 수술거부 등을 논하는 것은 의사로서 정말 아닌 것 같다.

-모든 의료계가 포괄수가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이미 포괄수가제가 국내 70% 병·의원에서 시행되고 있지 않은가.

▶이번 7개 질환이 국내 의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 정도다. 보험영역 밖에 있던 질병들이 포함돼지 않아 비용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이번 포괄수가제가 `누더기 포괄수가제`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포괄수가제 문제를 질질 끌어오다 이제 와서 부분적인 시행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는 전혀 국민에게 혜택이 안 된다. 보험료가 떨어진다거나 건강보험재정이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면 7개 질병이 아닌 모든 질병 영역에서 그리고 일선 병·의원뿐만 아니라 대형병원과 같은 최상급병원 등에서도 전면 시행돼야 한다. 또한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와 더불어 총액계약제도 시행해야 한다.

-이번 포괄수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영역에서 수가가 인상되는 풍선효과가 발생되면 오히려 건보재정악화가 심화될 수 도 있는 것 아닌가.

▶ 2000년 김대중 정권 때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료대란이 벌어졌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병·의원의 휴·폐업 사태가 잇따랐다. 급기야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 학생들까지 집단행동을 했다. 정부는 나중에 의료계를 다독이기 위해 진료비 인상을 잇따라 허용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의 양극화·영리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대형병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아산병원·삼성병원 등과 같은 대형 병원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포괄수가제를 부분적으로 시행하면서 수가 인상이란 당근을 정부가 허용한다면 대형 병원들만 더 배 불리는 효과를 낳을 수 도 있다.

또한 의협의 타협안이 될 수 있는 수가 인상은 또 한 번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아산·삼성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최상급 대학병원들만 더욱 큰 수익을 올릴 게 뻔하다. 이들 대형 병원들은 수가만 올려도 100~200억원씩 수익이 커진다. 물론 일반 병·의원에서도 일정 부문 효과는 있겠지만 현재와 같이 외래환자들까지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마치 일반 국민들은 동네슈퍼 대신 대형 마트를 즐겨 찾는 것처럼 대형 병원으로 더욱 쏠릴 것이다.

- 의사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왜 우리가 환자들의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 받아야하나. 요즘 파산하는 의사들도 있잖아요. 그 분들 입장에서는 사업의 영속성도 중요한 것 아닌가요.

▶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립의 경우 한학기 등록금이 1000만원에 달한다. 학부를 마치고 입학한 친구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 또 다시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들이 대학원을 졸업해서 경제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공적 가치의 의료만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의사는 오랜 시간 수련이 필요한 만큼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교육부터 공적시스템이 필요하다. 군 장학생 활용과 총 수업료의 30% 정도를 일괄적으로 장학금을 주는 등 의사들이 공적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적의료를 목적하는 의대생들이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후 나중에 일정 기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정책 등도 검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 의사들은 현재 자신의 경제적 현실보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미래에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를 부른 큰 원인 중 하나이며 의사들의 집단적 불안이 표출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면적인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 시행, 그리고 건강보험재정의 지속적인 확충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장학금 혜택 확대와 수업료 인하 등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의료의 공공재적 역할이 회복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정책이 실현될 경우 대형 병원들은 큰 수익이 되지 않는 외래진료를 포기하고 중증 및 희귀질환 치료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반면 동네 의원들이 더욱 활성화되고 3000석 이상의 병상을 갖춘 공룡 병원들의 확대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적 혼란이 계속된다면 이러한 파국은 계속될 수 있다. 복지부 등 정부는 좀 더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전체를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의협과 정부 모두 정권에 따라 뒤바뀌지 않는 10~20년 보고 갈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의 확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He is...

정형준 씨는 서울적십자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다. 1995년 인하대 의과대학을 입학했으며, 지난해 전문의를 취득했다. 그는 대학 때 부터 지속적으로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비정규직이 과도하게 양산되고 있는 현 경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 MK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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