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이대호가 빠져 공격력 저하가 예상됐던 롯데가 올 시즌도 팀 타율 1위(0.270)의 고공행진을 내달리고 있다.
현재 롯데는 팀 타율은 물론 팀 최다안타(경기당 9.3개)에서도 리그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단 한 번 방망이에 불이 붙으면 상대 마운드는 맹폭을 당하기 일쑤며, 앞서있더라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롯데의 타선이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의 타선은 엄밀히 말해 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공격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불안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즉, ‘팀타율 1위’는 그저 허울 좋은 타이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믿을 것이 못되는 팀 타율
야구는 득점을 얻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특히 많은 안타를 치고, 타율이 높을수록 득점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안타를 많이 친다고 꼭 득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롯데는 팀 타율과 최다안타에서만 1위일 뿐 나머지 주요 부문에서는 리그 평균 이하에 머물고 있다. 팀 득점(244개)은 SK와 함께 공동 5위. 장타율과 출루율도 각각 4위(0.377)와 6위(0.337)에 불과하며 이들을 합산 OPS도 리그 6위(0.714)에 머물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타율보다 OPS를 보다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의 공격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세이버 매트리션들이 선호하는 기록 가운데 RC(Run created)라는 것이 있다. 안타와 볼넷 등을 대입해 예측 점수 또는 득점 생산력을 유추해내는 기록이다. 롯데는 경기당 RC(RC/27)도 4.40점으로 5위이다. 게다가 실제 경기당 득점(4.28점)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인다는 점에서 롯데의 공격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롯데의 RC/27은 5.26점이었으며, 실제 경기당 득점은 이보다 높은 5.36점이었다.
올 시즌 롯데의 타선은 3할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는 SK와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현재 SK는 리그 최하위(0.254)의 팀 타율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득점은 4.32점으로 롯데와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SK는 팀 타율의 열세를 높은 OPS(0.728, 리그 3위)로 극복했으며, 적은 안타 수도 더 많은 홈런과 볼넷으로 상쇄시켰다.
이대호 공백은 뚜렷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대체불가 이대호의 공백은 4번 홍성흔이 잘 메우는 듯 보였다. 실제로 홍성흔은 찬스 때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루상에 나가있는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이대호를 중심축으로 타선 전체가 우산효과를 얻는 모양새였다. 특히 상대 투수들이 이대호를 견제하느라 앞, 뒤에 위치한 3번-5번 타자들이 뜨거운 불방망이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시즌 초반 홍성흔의 방망이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무게감이라는 측면에서 이대호의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게다가 홍성흔은 현재 부상 중이다.
이대호의 포지션을 물려받은 박종윤도 올 시즌 타율 0.267 7홈런 32타점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중심타선에서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종윤은 클린업 트리오로 나선 34경기서 타율 0.248로 부진한 반면, 하위타선으로 나섰을 때 타율 0.294를 기록, 이대호 공백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롯데 공격이 약해진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하위타순의 부진이다. 하위타순의 역할은 출루나 한 방보다는 찬스가 상위타선으로 연결될 수 있게 진루타 또는 희생타를 필요로 한다.
롯데 하위타순의 타율은 0.247(리그 4위)로 지난해 0.263(2위)에 비해 하락했다.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 또한 리그 최저 수준이라 팀 배팅에서도 아쉬움만 남기고 있다. 이는 하위타선의 핵이자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황재균이 상위타선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대호 공백의 영향은 하위타선으로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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