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빅맥세트 전쟁

[기타] | 발행시간: 2012.06.19일 19:27

이상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6월이면, 그것도 6월의 끝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기면 시간당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힘겨루기 소리가 요란해야 할 텐데, 너무 조용하다. 언론이 최저임금 협상을 외면이라도 한 건가?

사정을 알아보니 이렇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6월 말이 2013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드라인이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거부중이다. 정부가 협상의 한 축인 공익위원들을 노동계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자칫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위험성을 감수하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의 ‘장외투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을 ‘중립지대’에 옮겨놓지 않고는 최소한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노동계와 재계가 평행선을 달릴 때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쥔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재계 요구에 가까운 결론을 내리곤 했다. 지난해에 2012년도의 최저임금 4580원을 결정할 때도 표결에는 공익위원들과 재계 쪽의 사용자위원들만 참여했다.

노동계의 불참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의 6차 전원회의까지 공전을 되풀이했다. 그렇다고 재계가 조급해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가 예년처럼 ‘정액급여의 50%’를 기준 삼아 2012년보다 22.3% 인상된 5600원으로 뜻을 모은 것과 달리, 재계는 아직 협상카드조차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2012년도 0%, 2011년도 0%, 2010년도 -5.0% 등을 제안한 선례로 미루어 최저임금 동결을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곤 경제도 어려운데 두자릿수 인상률이라니,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200만명이나 되는데 저임금 노동자가 더 양산된다느니 하는 낡은 레퍼토리를 읊어댈 게 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형편없이 낮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지난해의 단신근로자 월평균 생계비는 141만748원이다. 올해의 최저임금으로만 번다고 치면 308시간을 일해야 하는 금액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휴일조차 없이 한 달 내내 하루에 10시간을 일해야 손에 쥘 수 있다. 최저임금만으로 월평균 생계비를 충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우리 수준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

외국과 견줘도 초라할 뿐이다. 알기 쉽게 최저임금으로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는지 따져보자. 최저임금의 구매력 수준을 간접 비교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월 빅맥지수를 발표할 때 제시한 가격을 보니, 한국에선 4580원으로 빅맥(개당 3700원)을 1.2개 구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콜라 한 잔과 감자튀김이 곁들여진 빅맥세트(5200원)는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에선 최저임금 7.25달러로 빅맥(개당 4.20달러) 1.7개를, 일본에선 731엔으로 빅맥(개당 320엔) 2.3개를 살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엔 9.22유로로 빅맥(개당 3.49유로) 2.6개를 살 수 있다.

최저임금 협상은 노동계의 생존 싸움이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최저임금법 제1조) 게 목적이라지만, 노동계로선 ‘최소한의 생존’이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시간당 4580원의 임금으로 생활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들먹이는 건 낯간지러운 일이다. 한 시간을 일했으면 다른 나라처럼 최소한 콜라, 감자튀김과 함께 빅맥 한 개는 사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최저임금 협상을 개인적으로 ‘빅맥세트 전쟁’이라 부르며 지켜보는 이유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 한겨레 오피니언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주펑롄(朱鳳連) 중국 국무원 타이완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타이완 ‘자유시보’의 관련 보도 및 타이완대륙위원회의 관련 주장은 철두철미한 가짜 뉴스이며 순전히 유언비어라고 지적했다. 주 대변인은 또 민진당 당국은 이 보도를 이용해 중국을 악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새 사람 되겠다더니" 황하나, 허웅 전 여친 폭로 '인터폴 적색수배' 근황

"새 사람 되겠다더니" 황하나, 허웅 전 여친 폭로 '인터폴 적색수배' 근황

사진=나남뉴스 최근 농구선수 허웅의 전 여자친구 마약 투약 사실이 폭로된 가운데,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사건에 개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날 28일 한 언론 보도매체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 중인 황하나가 태국으로 출국해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

"남의 눈에 피눈물" 주식사기 이희진, 극비 결혼 '걸그룹 A씨' 누구길래?

"남의 눈에 피눈물" 주식사기 이희진, 극비 결혼 '걸그룹 A씨' 누구길래?

사진=나남뉴스 주식 사기로 수백억원대 피해를 낸 이희진이 걸그룹 출신 A씨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앞서 이희진은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타이틀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주식 전문 애널리스트라고 스스로를 자처하며 경제전문 TV

"일회용 LED, 물 과사용" 줄리안, '워터밤' 축제 "불편해" 일침

"일회용 LED, 물 과사용" 줄리안, '워터밤' 축제 "불편해" 일침

벨기에 출신 방송인으로 알려져 있는 줄리안이 여름 대표 축제 뮤직 워터 페스티벌 '워터밤'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27일, 줄리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워터밤 초대장을 공개했다. 줄리안이 공개한 초대장에 따르면 민트색과 핑크색의 화려한 상자에 뚜껑을 열어보면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