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사회에서는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하였다."
지난 19일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논의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임시이사회 결과입니다. 직전까지 '지역 안배냐, 시장 논리냐'를 두고 서로 진지한 토론을 하던 현장 야구인들을 머슥하면서도 화나게 만든 내용이었죠. 여기서 '현장 야구인'은 선수단 및 임원급이 아닌 프런트를 포함한 말입니다.
사실 현장에도 일부 이번 10구단 논의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있긴 했습니다. 인구 대비 일본의 사례를 들어 10구단은 한국 실정에 너무 과하다는 것이죠. 여기에 지금의 한정된 아마추어 자원으로는 리그 전체의 기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이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9구단까지 받아들인 이사회가 왜 10구단은 안된다고 하는가'입니다. 9구단 체제는 일정, 흥행 등 모든 부문을 고려할 때 10구단 체제는 무리라고 여기는 이들에게조차 말이 되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기 때문이죠. 10구단은 불만이지만 9구단을 받아들인 마당에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결국 프로야구단 사장은 야구인이 아니다는 불편한 진실을 증명한 결정이다." 어떤 야구관계자가 거침 없이 한 말입니다. 프로야구단은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입니다. 한국프로야구는 가장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프로스포츠입니다. 하지만 정치와 기업이 주도한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습니다. 야구인의 열망은 기업인의 마인드로 누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으로는 선수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을 우려하였다. 따라서 향후 고교야구팀의 증대, 신인 지명제도 보완 등으로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을 조성한 후 10구단을 창단 하기로 하였다.'
임시이사회가 내놓은 10구단 체제로 갈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지만 현장에서는 '핑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조건부'를 달았다는 것 자체가 10구단으로 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죠. 오히려 '프로구단이 그동안 아마추어 야구를 위해 무엇을 했나' 하는 불만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당분간 유보'라는 말에 또 한 번 작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그룹들이 운영하는 프로구단인 만큼 그래도 여론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과연 그 희망이 결과로 나타날까요.
한편 한 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는 "이미 임시이사회 전날 결과를 알 수 있었다"는 놀라운 말을 하더군요. 다시 말해서 선수협이 발표한 '올스타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 고려'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심사숙소한 의견이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한 선수는 "프로야구 최약자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