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104년만의 가뭄 발표에도
“폭염 때문에 발생한 느낌” 발언
104년만의 가뭄으로 온 국토가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4대강 추진본부 관계자가 “가뭄은 착시현상”이라는 발언을 해 국민들의 체감 온도를 더욱 올리고 있다.
21일, 이 관계자는 ‘4대강이 가뭄 해소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뭄 발생 지역은 천수답뿐이다. 관계시설 없이 빗물에 의존하는 지역에 국한된 일일 뿐 4대강 본류 주변 농경지나 대규모 농경지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논밭을 보며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가슴이 불을 지른 것이다.
이 관계자의 사실관계를 무시한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가뭄이 때아닌 폭염 때문에 정서적으로 발생한 느낌이지 실제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착시현상”이라는 근거없는 말을 했다. 기상청은 지난 21일, ‘104년 만의 가뭄’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4대강 추진본부 관계자의 발언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천인공노할 발언”이라며 핏대를 올렸다. 트위터 아이디 caf**는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농민 앞에 가서 이런 소릴 해보라!”고 격앙했다. cafra***은 “땅이 딱딱히 굳어 양파를 캐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마늘은 산지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다 합니다. 저분 말씀대로라면 농민들이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거군요”라고 비꼬았다.
누리꾼들은 이 관계자의 발언에 대한 질타를 넘어서 4대강의 치수능력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애초 정부가 4대강 사업 추진 이유로 들었던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4대강을 왜 만든거냐”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김진애(@jk_space) 전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은 가뭄에도 홍수에도 무용지물! 가뭄대비엔 크지 않고 많은 저수지, 홍수대비엔 저류지와 습지와 자연강변이 정답. 선진방식이자 아주 오래된 자연방식!”이라며 4대강 사업의 무용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이 21일 “4대강 보 물 4억톤을 농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했다. 하지만 4대강의 보에는 물을 공급할 능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차장은 “보는 댐의 저수능력인 유효저수량 같은 개념이 없다”며 “지금의 물도 소수력 발전을 위한 용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발전을 위한 물을 빼면 발전의 효율이 떨어지는 데 물을 빼서 공급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실제 물을 공급한다고 해도 4대강 본류 인근만 해당되고 그 밖의 지역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