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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만든 '특이한 골프공'에 LPGA 술렁

[기타] | 발행시간: 2012.06.24일 07:14

[CEO&Story] 문경안 ㈜볼빅 회장

어떤 사람은 '노동'을 '일'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일'을 '노동'이라 부른다. '노동'이 단조롭고 어쩔 수 없이 힘들게 기력을 소모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면 '일'이란 말은 다채로움과 활기를 느끼게 한다.

문경안(54ㆍ사진) ㈜볼빅 회장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글로벌 골리앗들이 즐비한 골프용품 업계에서 토종 브랜드를 이끄는 일은 가시밭길 그 자체다. 문 회장의 지인들은 그의 일정이 얼마나 고된지를 다 안다. 그럼에도 활력을 잃는 법이 없다는 사실도 안다. 그 비결이 골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하나를 키워내겠다는 도전정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문 회장은 취미가 직업으로 바뀐 경우다. 무역업을 하다 골프를 배운 그는 골프장(신원CC)의 클럽챔피언을 지냈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고수다.

지난 1988년 철강유통 업체인 ㈜비엠스틸을 창업한 문 회장은 2009년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골프공 생산전문 국내 업체 볼빅을 인수, 골프용품 업계에 뛰어들었다. 골프를 좋아한데다 제조업에 관심이 있었던 차에 이동주(현 포천힐스 대표) 신원CC 사장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골프용품 사업이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1977년부터 ㈜선경과 계열 통상회사에서 쌓은 경험의 융합물은 볼빅 경영에서 소중한 자산으로 고스란히 발휘됐다. 재무ㆍ유통ㆍ무역ㆍ인사에 두루 걸쳤던 업무영역과 20년 골프 구력…. 이 정도면 골프볼 생산ㆍ수출 업체 최고경영자(CEO)의 필요충분 조건이 아닐까.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뀐 문 회장은 우선 '국산=저가'라는 인식 바꾸기에 착수했다. 값싼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프리미엄급 4피스 공을 대표상품으로 내세워 이미지 쇄신을 서둘렀다. 4피스 골프공은 코어(중심핵)와 두 겹의 중간층, 커버 등 네 겹 구조로 돼 있다. 탄성과 부드러운 타구감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회사인수 과정에서 국제특허 36종 보유 등 기술력을 확인했다"는 그는 "프리미엄볼이 대세인 시장상황에 맞춰 성능과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로봇 테스트 결과 외국 유명제품보다 오히려 앞섰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컬러볼 바람몰이'는 첫 홀에서 나온 '빨랫줄 티샷'이었다. 골프공에 색깔을 입히자는 그의 아이디어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4피스 공인 '비스타(VISTA)'를 화이트ㆍ옐로ㆍ핑크ㆍ오렌지의 네 가지 색상으로 구성한 게 히트를 했다. 2008년 50억원 안팎에 그쳤던 전체 매출은 지난해 230억원으로 네 배 넘게 급성장했다.

다양한 마케팅은 컬러볼 고공행진에 날개를 달아줬다. 문 회장의 마케팅은 전방위ㆍ저인망ㆍ무차별 등으로 표현된다. 전국 골프장의 홀인원 이벤트, 주니어부터 프로와 시니어를 망라한 골프대회 개최 및 선수 후원 등으로 인지도를 높여왔다. 프로대회에서 볼빅 공을 써 우승하면 그 선수에게 1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초강력 인센티브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가격정책은 최고가를 고수해왔다. "공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만드는 해외 브랜드 제품보다 쌀 수도 없고 싸야 할 이유도 없다"는 그는 "국산용품이 품질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은 마케팅 부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프로들이 쓰니까 쓴다는 식의 맹목적인 유명 브랜드 선호가 가장 큰 장벽으로 느껴졌다"는 그는 그래서 프로 골퍼들의 사용률 높이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프로골프투어 진입은 쉽지 않았다. 골프용품 마케팅의 핵심인 투어 무대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그린을 가로막은 장승들처럼 버티고 있었다.

"처음에는 국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선수들이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색깔은 예쁘지만 낯선 브랜드 공으로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우리 공으로 성적들을 내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최혜정 선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권대회에서 마지막날 10언더파를 쳐 우승했고 이미나ㆍ장정ㆍ최운정(첼라 최) 등 부상이나 다른 변수가 없었던 선수는 모두 성적이 올랐습니다."

미국 LPGA투어 13명, LPGA 2부 투어 20명 등 적잖은 선수들이 볼빅 공을 사용하고 있다. 캐서린 헐(호주), 에이미 헝(대만), 한국계 비키 허스트(미국) 같은 A급 선수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 회장은 "프로들은 성적을 내서 상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좋지 않으면 절대 쓰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LPGA투어는 세계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다. 지난해 LPGA투어와 마케팅파트너 계약을 체결해 LPGA투어 홈페이지에는 항상 볼빅의 로고가 노출된다.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 챔피언십을 비롯해 3개 대회에서 선수의 동반 캐디는 윗옷에 볼빅 로고를 부착한다.

문 회장은 "오는 8월 드디어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수출하면서 세계 골프시장의 절반인 미국시장에는 전략적으로 호기심만 키워왔다"는 그는 "LPGA투어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졌고 일부 업자들이 국내에서 우리 공을 사다가 현지에서 파는 일도 있을 만큼 교포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연간 골프공시장은 2,000만더즌(12개들이) 정도인데 1차 목표는 100만더즌을 팔아 점유율 5%를 달성하는 것"이라면서 "현지 설문 등 시장조사 결과를 보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성능과 기술력뿐이라고 설명했다.

"볼빅 공에 숨어 있는 세계 유일의 특허는 '외유내강' 구조입니다. 코어를 단단하게, 커버 쪽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강한 샷에서는 파워가 내부까지 전달되며 코어도 탄성을 발휘해 최대의 거리가 나고 쇼트게임이나 퍼트처럼 약한 샷에서는 부드러운 타구감과 적당한 스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코어가 단단히 중심을 잡아줘 좌우 편차가 매우 작다는 것이 외유내강 구조의 강점입니다."

무모해 보였던 골프용품 업계 도전의 목표가 궁금했다.

"대한민국의 명품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브랜드가 국력입니다. 일류 브랜드가 많은 국가가 선진국이 되는 겁니다. 지금의 유럽 상황만 봐도 충격이 왔을 때는 그리스나 스페인 등 자국 브랜드가 별로 없는 나라들이 쉽게 흔들리지요."

골프는 매주 몇 개씩 연간 수많은 국제경기(세계 주요 투어)가 열리고 그 가운데서 1등을 하는 한국 선수가 줄을 잇는 만큼 골프용품에서도 명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산업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축구강국 브라질이 축구용품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것은 산업화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한국의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처럼 자국 브랜드를 많이 써주면 한국이 골프에서 월드클래스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해외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미국ㆍ일본과 동급 대우를 받는데 정작 국내에는 아직도 맹목적인 해외 브랜드 선호현상이 남아 있습니다. 정부의 산업적 지원도 미미하고요." 그의 말에는 진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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