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르노삼성이 신차 투입과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달 내수 5위 추락까지 예고되자 르노닛산그룹이 2인자를 급파해 이런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2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카를로스 타바레스 르노닛산그룹 부회장(최고운영책임자ㆍCOO)은 "내년 소형 SUV를 출시해 곧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며 "수익성은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여 올리겠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 부품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타바레스 부회장은 최근 은퇴를 선언한 카를로스 곤 회장 이후 차기 CEO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생산거점 중 하나인 르노삼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부랴부랴 26일 방한했다. 쉴 틈도 없이 르노삼성 초대 사장을 지낸 제롬 스톨 르노그룹 경상용차 담당 부회장과 함께 용인연구소 등을 긴급 점검했다.
타바레스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의 부진은 디자인 때문인데 곧 외관을 바꾼 SM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에 SM3와 SM5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또 르노삼성은 내년에 소형 SUV를 라인업에 추가해 대반격에 나선다. 기존 SM3ㆍSM5ㆍSM7ㆍQM5에 이어 3년 만에 새 차를 추가하는 셈이다. 신형 SUV는 부산공장에서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대표 SUV인 `QM5`보다 작기 때문에 `QM3`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에 5개 라인업을 갖춰도 현대차(14개 차종)에는 여전히 중과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적은 차종은 르노삼성의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휴가철을 맞아 SUV 판매가 늘고 있지만 르노삼성은 QM5 단 한 종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 2만7000대를 팔았는데 이는 작년보다 38%나 급감한 수치다.
특히 만년 5위였던 쌍용차가 4위 르노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두 업체의 판매량 차이는 고작 561대. 쌍용차가 이달부터 `렉스턴 W`를 판매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두 업체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신차와 함께 타바레스 부회장이 생각하는 르노삼성에 대한 위기 극복 해법은 부품 국산화다. 그는 "지난 5개월 동안 1200개 부품을 국산화했다. 추가로 200개 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워트레인(엔진ㆍ변속기)의 국산화를 위해선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와의 협력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의 영업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그동안 수입해온 파워트레인을 국내 업체로 상당 부분 돌리겠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앞으로 부산공장에서 새 엔진을 개발해 이를 판매하는 차량에 장착할 예정이다.
타바레스 부회장은 르노삼성 매각설에 대해선 단호하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아태지역 수출 기지로서 한국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