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 운전교습 광고도 활발…당국 "참아달라" 호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자국 내 여성 운전을 전격적으로 허용하면서 '성급한' 여성 운전자의 동영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내년 6월 말이 돼야 사우디에서 여성이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지만, 막을 수 없는 변화의 물결에 둑은 이미 무너진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여성 운전을 허용한다는 살만 사우디 국왕의 칙령이 반포된 이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여성이 운전하는 동영상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에 사우디 경찰은 엄연히 아직은 여성에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은 만큼 여성 운전은 범법 행위로 보고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
사우디 경찰은 8일 운전 동영상을 올린 한 여성을 소환해 무면허로 운전한 혐의로 범칙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리야드의 한 고급 호텔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몰고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사우디 경찰은 "여성 운전 금지가 공식적으로 끝날 때까지 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범칙금을 매기긴 했지만 여성 운전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조치는 상당히 누그러졌다. 3년 전만 해도 여성 운동가 2명이 운전했다는 이유로 73일간 구금됐다.
사우디에서 활동하는 '모스트 오브 어스'라는 2인조 남성 밴드는 '사우디 여자들이 운전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서 이들은 여성이 모는 차를 타고 등장해 여성 운전 허용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이제 운전사도, 택시도, 우버도 필요없어. 너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 이제 운전할 때야. 더는 뒷자리에 않지 말고 운전대를 잡아'라고 노래한다.
사우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성 대상 사설 운전교습 광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교습료는 시간당 40사우디리얄(약 1만2천원) 정도다.
사우디 교통 당국은 이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운전교습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여성은 운전교습을 가장한 범죄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운전이 허용될 때까지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운전하면서 춤을 추는 사우디 여성[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