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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체’와 ‘아는 체’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2.28일 09:20



요즘 세상은 ‘모르는 체’보다 ‘아는 체’가 인기다. ‘모르는 체’는 설마 어찌 그러랴 싶어 어디 가나 잘 익은 곡식처럼 겸손하게 고개를

푹 수그리는데 ‘아는 체’는 대놓고 자신을 치켜세워 항상 논판의 돌피 쳐든다.

사람마다 익숙히 알고 지내는 ‘모르는 체’나 ‘아는 체’가 얼핏 보매 그 체모가 엇비슷한 것 같지만 자상히 살펴보면 속성이 확연히 다르다.

‘모르는 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점을 투철하게 숙성될 때까지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아는 체’는 항상 보란 듯이

가볍게 제 자랑하기 좋아한다.

먼산 바라보는 시선을 맞춰 뭔가 여기저기서 퍼다가 낯에 얼룩덜룩 분칠했는가 하면 홀쪽하니 야윈 배를 쑥 내밀고 걷다 보니 형체가 굴절되여

보기 민망스러울 때가 많다. 그나저나 제멋에 겨워 사는 인생연극을 가타부타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퇴직인원들 모임에 참석해보면 별의별

희한한 일이 다 있다. ‘모르는 체’가 보내는 말마디가 진지하고 무겁고 배려심을 담은 인간애가 엿보이는 데 반해 ‘아는 체’는 자루 속에 감춰둔

송곳처럼 누가 알지 못할가봐 성급하게 나서길 좋아하며 한사코 제 말만 옳다고 우긴다.

재직 때 회전의자에 앉았던 어느 량반은 시골정치를 제 혼자 해놓은 것처럼 목에 피대를 세운다. 곁에서 그만하라고 툭툭 힌트를 주면 “쳇,

내가 누군데, 나 만큼 해보라지!” 하며 그루턱에 올라선 뚜꺼비마냥 오히려 제쪽에서 신들려 우쭐한다. 오죽하면 항간에서 대포쟁이 큰소리는 세금이

없어 괜찮다는 유머까지 생겨났을가. ‘모르는 체’가 알심들여 멋지게 해놓은 일도 ‘아는 체’가 찾아와 뒤짐지고 서서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해

마무리된 작업을 파헤치고 다시 품을 들이는 곤혹을 치를 때도 가끔 있다.

그나마 성숙되고 원견성을 띤 조언이라면 몰라도 ‘아는 체’가 삐치는 일이 좋은 결과는 둘째치고 다된 죽에 코 빠뜨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르는 체’가 옥신각신 다투기 싫어 한발 물러서서 양보하면 ‘아는 체’는 더 바싹 조여들며 생색을 낸다. 짧고 비좁은 궁색함을 감출길 없어

‘모르는 체’의 단점을 들춰내는 데 급급하다. 작은 흠집을 크게 부풀리면서 헐뜯고 먹칠하며 눌러앉히는 솜씨에 이골이 튼 양상이다.

옛날 콜럼보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니 숱한 ‘아는 체’들이 코웃음을 쳤다. 타인의 발견을 축하해줄 대신 폄하하고 부정하는 추태가 얄미워

콜럼보스는 ‘아는 체’ 들을 불러놓고 문제풀이를 냈다. 탁상 우에 닭알을 곧게 세우는 기교였다. 엉? 무슨 얼토당토치 않은 말인가? ‘아는

체’들이 세차게 도리질할 때 콜럼보스가 손에 쥐여진 닭알을 탁상 우에 ‘탁-’소리와 함께 세워놓았다. 닭알은 절반쯤 깨여지면서 세우는 데는

성공했다. “아니, 저렇게 세우라면 누가 못하랴?” ‘아는 체’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댔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난제일수록 간단하고 재치있게

해결하는 능력의 소유자는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지만 부족함을 느낀 ‘아는 체’들은 체면이 구겨져 불평불만이 많았다. 결국 서푼짜리 자존심

때문이였다. 공자 말대로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 고 허심탄회, 이실직고가 대바른 처사임에도 불구하고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제이름 석자만을

중요시하는 관습이 몸에 배여 허위허식이 일상사로 자리매김한듯 싶다.

얼마 전 인터넷기사를 읽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한 책임자가 대회에서 비서가 작성한 발언고를 읽다가 생소한 사자성어가 불쑥 눈에 띄였다.

림기응변으로 전혀 모를 첫 두 글자는 빼고 뒤에 아는 글자를 뽑아 읽는 방법으로 슬쩍 얼버무려 지나쳤는데 청중석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터지는 바람에 여간만 난처해진 것이 아니였다. 평소 얼렁뚱당 지나온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기실 사람은 태여날 때부터 천자문을 익히고 세상사를 터득한 것이 아니다. 광활한 천지에서 인간의 군체는 한낱 작은 조약돌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격변의 시대에 하루에도 눈발처럼 쏟아져내리는 수천수만의 명사 술어, 방정식, 아이템을 한몸으로 받아안고 충분히 소화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자연 앞에 인간의 초라한 인지능력이 때론 돌다리 건너다 빗디뎌 물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는 여느 신사의 행색과

흡사하다.

우리가 세상사에 눈귀가 트이기 시작한 력사는 고작 반세기에 불과하다. 우리한테는 말끝마다 우수하고 총명한 민족이라는 자아감각에 도취되여

어깨를 으쓱할 아무런 리유가 없다. 그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잘 알라.”는 충고를 명심하고 배움에 노력을 경주해야 마땅한 줄 안다. 겸손은

일종 미덕이다. 뭇사람들의 존중을 받으려면 어디서나 몸자세를 낮추는 것이 명지하다. 이제부터라도 남을 속이느라 자신까지 속아넘어가는 술수를

버리고 귀를 강구어 겸손한 사람의 믿음직한 말을 들어보면 어떨가 싶다. 칭찬의 감탄부호가 자신의 입에서 아니라 곁사람들 목청에서 터져나올 때

가장 흐뭇한 자부심이 생기기 때문이다.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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