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일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정부 전·현직 관원들과의 인터뷰 내용과 전문가들의 이메일 등 기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세부 내용들을 폭로했다. 여기에는 코로나 사태에서 트럼프가 우유부단한 이유, 전문가들이 수 차례 트럼프에게 사태 위험성을 경고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NYT는 트럼프가 코로나 사태의 위기를 희석하려 애쓴 반면, 미 정보업계, 국가안전위원회와 정부 보건 관원들은 수 차례 심각성을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 캡처 화면
NYT는 미국의 코로나 확산 과정에 트럼프가 5개 관건 고비에 다음과 같은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1월 초,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 유행병 추적 책임 판공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상황을 보고 받은 뒤 바이오 디펜스 전문가들은 몇 주 내에 일부 권장 조치를 제출해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조치를 고려하고 시민들의 자택 근무를 권장할 것을 관원들에게 촉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제안을 비준하지 않았다.
1월 29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은 비망록을 통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미국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비망록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2월 셋째 주, 정부의 고위급 공중보건 관원들은 훨씬 적극적인 대응책을 취해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이 제안 조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택근무, 학교 휴교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 질병센터의 한 관원이 이 소식을 공개하자 증시가 폭락하면서 트럼프를 격노시켰고 결국 이런 조치들이 이뤄지지 못했다.
1~2월, 일부 미국 학자와 전염병 의사들이 우편물 교환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응 조치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그들은 정부의 진단키트 부족 상황을 비판하면서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려 시도하거나 심지어 전 세계적 범위에서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추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 때에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월에 들어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 확산이 더욱 거세졌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코로나 대응 문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트럼프는 일부 유명한 투자자들에게 연락해 학교 휴교, 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를 취할 시 증시와 경제에 대한 영향을 물었다. 백악관의 한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엄격한 격리 조치는 미국의 경제를 심각히 훼손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하지만 로버트 오브라이언 NSC 보좌관은 어떤 조치를 취하든 미국 경제는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달 동안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한 귀로 흘려 들은 정보들이 이 외에도 또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NYT 는 다른 한편의 보도에서 시간 별로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했다.
1월 초, 미국 국무부가 제기한 정보에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상황이 언급됐고 미국 질병센터도 알렉스 아자르 보건 장관에게 통보했다. 당시 트럼프의 주요 관심사는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IRGC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중미 무역담판과 본인에 대한 탄핵안 등이었다.
1월 18일, 아자르 장관은 트럼프에게 처음 전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재적 위험성을 일깨웠다. 플로리다에서 휴가를 즐기던 트럼프는 당시 이는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며칠 뒤 트럼프는 다보스포럼에서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국면을 완전히 통제했고 모든 것이 호전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월 30일, 아자르는 다시금 트럼프에게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자르가 과장된 말로 괜한 불안을 조성한다면서 당황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1월 31일, 백악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 브리핑을 열어 미국의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중미간 항공기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보건부 관원들은 여행을 제한하는 것은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유효한 방법이 아니며 이런 조치는 의료물자 운송에 영향 주고 중미 양국간 방역 협력에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 캡처 화면
2월 21일, 미국 보건부 고위 관리인 로버트 카들렉 박사는 백악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팀을 불러 모았다.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대응 시뮬레이션을 시연한 결과 미국 경제와 수백만 미국인들의 일상 생활이 심각한 타격을 입더라도 엄격한 사회적 격리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틀 뒤 카들렉 박사는 무증상 감염자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해당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시 인도 방문 중이었고 백악관은 즉각 행동에 옮기지 않아 코로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관건 전환점을 또 한번 놓치고 말았다.
2월 25일, 전문가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음을 알자 행동에 나섰다. 미국 국립 면역 호흡기 질환 센터의 책임자인 낸시 메소니어는 성명을 내고 전염병 확산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의 경고를 통해 일부 미국인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고 미 증시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같은 날 백악관에 돌아온 트럼프는 증시 대폭락 소식을 듣자 메소니어 박사의 과도한 반응을 질책했다.
2월 말, 에이즈 전문가 데보라 벅스가 백악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팀 조정관으로 임명됐으며 그의 설복과 노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역 조치를 간신히 이끌어 냈다.
NYT는 경제발전 정세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선 도전에 내건 가장 큰 베팅으로 증시가 폭락한 뒤 정부 내부 일부 관원들에 불신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전반 2월 동안 미국의 ‘매파’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도록 부추겼으며 아울러 양국이 코로나 사태에 맞서 폭넓게 협력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약화됐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 미국 주 정부, 지방 정부와 병원들이 의료품 구매 쟁탈전을 벌리는 등 현상이 속출하기도 했다.
3월 16일, 트럼프는 끝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서명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일관되게 중시해 왔다고 말투를 바꾸면서 책임을 각 지방 단체에 전가했다.
하지만 이 때는 1월 초 정부 내부와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제기되고 나서 무려 두 달 남짓 지난 시점으로 트럼프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제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