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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칼럼 87] 엄마의 자존감 공부 3

[모이자] | 발행시간: 2020.11.30일 12:00
“죽어도 다니기 싫어!” 그 말인즉슨 ‘죽어라 해도 잘 안 돼’라는 말이다. 잘하는데 하기 싫다는 아이는 별로 없다. 죽도록 하기 싫다는 것은 더 이상 학원에서 상처 받기 싫다는 얘기다. 따라서 아이가 절박하게 말하면 부모는 진심으로 들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얘기를 가볍게 흘려듣는다. 단순히 떼를 쓴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강요가 아닌 합의다. 시작할 때도 합의로 시작하고, 그만둘 때도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너무 싫은 것, 너무 못해서 상처를 입을 것 같은 학원은 그만둘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자녀 교육이란 합의하고 절충해나가는 것이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뛰어야 하는 극기 훈련이 아니다. 내 재능, 내 꿈이 무엇인지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찾아내는 꿈의 여정에 선택과 걸러냄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기나긴 여정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는 멘토 같은 엄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성품이 튀어나오고 섞이곤 한다. 언젠가 자기한테 맞는 사회를 만나면 충분히 나름의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 부딪치고 실패에서 배우면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사회성을 만들어간다. 친구가 없고 사회성이 부족한 걸 문제 삼기보다 단 한 명의 친구라도 괜찮다는 걸, 그 친구를 어떻게 소중히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백번 낫다. 살면서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건 우리들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사회성도 결국은 성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타고난다. 어렸을 때 부모가 좌지우지한다고 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이의 성품을 관찰하면서 자신만의 사회성을 만들어가도록 지지해주고 격려해주자.


아이들이 자라면서 공부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부심을 갖는 일이다. 독립 생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독립이 필수다. 그러려면 먼저 ‘타는 돈’에서 ‘스스로 버는 돈’으로 돈의 개념을 훈련시켜줄 필요가 있다. 버는 돈이 되면 똑같은 액수라도 절대 같은 돈이 아니다. 이전에 가졌던 만 원의 가치가 변하는 걸 몸으로 느낀다. 그러면서 스스로 경제적인 원칙을 세우게 된다. 돈은 상상이 아닌 실체니까. 평생 양장점을 하면서 돈을 번 엄마는 돈에 대한 철학을 철저히 가르쳤다. ‘형제끼리라도 이자는 제 날짜에 정확히 줄 것’, ‘쓰면 남의 돈, 모으면 내 돈’, ‘돈 쓰다 똑똑해진 사람 없다, 돈 벌다 똑똑해지지’ 등 돈에 관한 무수한 교육을 시켰다. 그중에 가장 뇌리에 박힌 건 ‘시집갈 때 각자 벌어서 자기 돈으로 가라’였다. 그래서 우리 딸 넷은 내 돈이 없으면 시집을 아예 못 가는 줄 알고 죽어라 돈을 모았다. 그래서 신혼 때 가난한 시작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웠다. 이만큼이라도 벌어서 결혼한 스스로가 대견했으니까.


타는 돈의 수동성에서 버는 돈의 능동성을 체험하는 것, 그 안에서 꼭 만나야 할 스승들을 만나는 것,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 강의를 듣고 책으로 공부해도 알 수 없다. 몸으로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나는 아이들이 돈에 관해서 유능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생명과 꿈을 스스로 밀어주는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을 책임질 수 있어야 비로소 당당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먹고 자고 배우고 꿈꾸는 일을 밀어줄 수가 없으면 어른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 의해 한 가지 길로 못 가게 됐거나, 천성적으로 자꾸 옆으로 삐져나오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는 그런 아이가 탐탁지 않다. 한 가지로 끝까지 완주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끈기 없는 아이로만 보이니까. 하지만 가만히 관찰해보면 들락날락하는 아이들은 결국 자기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아낸 뒤에는 놀라울 정도의 끈기를 보여준다. 당장 위로 보이는 꽃대가 없어서 잘하는 게 없고, 성장이 더뎌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자신만의 여러 가지 경험과 재능을 합쳐서 풍성한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마다 자라는 방식도 이렇게 다 다른 것이다. 꽃대가 올라왔다는 건 꽃피고 끝난다는 얘기다. 아이를 키울 때만큼은 꽃대를 너무 빨리 보려고 하지 말자. 길게 쭉 뻗어나가는 아이보다 무성하게 자라는 아이, 키보다 부피를 키우는 아이를 믿고 응원해야 한다.


“생각은 엄마가 할 테니 너는 공부만 해.” 그때부터 엄마가 어떤 대학, 무슨 과를 갈지 생각하고, 아이는 기계처럼 공부한다. 자식으로부터 ‘생각할 권리’를 아예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어디로 왜 가는지 모르고 걷는 길이 과연 행복할까? 기계 같은 삶 속에서 존재감과 자기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아이가 건강한 자존감과 자립심으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해주자! 그것이 돈보다 강한 자산이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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