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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로부부와 한족 ‘아들, 며느리’의 이야기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0.12.07일 14:52
  “자식 없는 저희 부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자식이 되여주었습니다. 정말 열 자식 부럽지 않습니다. ‘아들, 며느리’가 잘사는 것이 저희 유일한 소원입니다. 부디 단위 책임자들이 성실하고 착한 품성을 알아주시고 생활에서 사업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보살펴주실 걸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식’ 자랑과 부탁으로 가득한 장편편지가 연길시도시관리행정집법국에 배달됐다. 앞뒤 말이 순통하지 않고 문법도 틀린 곳이 많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편지는 룡정시 로투구진 분투촌에 살고 있는 리상룡(68세), 장정순(68세) 로부부가 보내온 감사의 편지이다. 조선족 로부부가 서툰 한어로 한글자 한글자 정성껏 쓴 감사편지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로부부의 한족 ‘아들’ 연길시도시관리행정집법국 시정과 신옥리(39세)이다.



로부부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신옥리의 모습이다.

  ◆2008년-조선족 로부부와 한족 ‘군인아들’ 인연의 시작

  2001년에 입대하고 줄곧 연변지역에서 군복무를 한 신옥리는 2008년 부대와 룡정시정부에서 조직한 ‘결손가정에 사랑 전하기’ 활동을 통해 리상룡, 장정순 로부부와 인연을 맺게 되였다. 슬하에 자녀가 없는 로부부의 ‘군인아들’로 짝을 맺게 된 신옥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친자식처럼 로부부를 알뜰히 보살피며 ‘아들’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부에서 저희 부부를 관심하여 ‘군인아들’을 맺어주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활동’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11월 25일, 룡정시 로투구진 분투촌에서 만난 장정순 로인은 12년 전 ‘군인아들’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억했다. 그저 ‘형식’적으로 몇번 도와주고 끝나겠지 싶어 로부부는 활동에 적극 ‘협조’하여 수확철에 일손 도우러 온 ‘군인아들’의 도움을 두세번 받았다고 한다.

  “가을에 몇번 와 일을 도와주고는 안 오길래 이젠 안 오는구나 했다. 그러다 그해 겨울 집에서 낮잠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누군가 우리 집 앞에 땔감을 부리고 있었다. 이 사람이 왜 우리 집 앞에 부리나 싶어 버럭 화부터 냈더니 땔감을 부리던 군인이 ‘아주머니 저를 기억 못하겠습니까?’고 묻는 게 아니겠는가. 찬찬히 보니 가을에 왔던 그 군인이더구만.” 12년 전 일을 이야기해주는 장정순 로인은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이야기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때 눈이 꽤 많이 왔었는데 그 눈길을 헤치고 땔감을 싣고 오느라 솜옷이 다 젖어 몸에서 김이 날 정도였다. 몇번 보긴 했지만 생김새도 기억 못하고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렇게 불쑥 찾아오니 그게 또 반갑고 고마웠다.” 옆에서 과묵히 안해의 말을 듣고 있던 리상룡 로인이 말했다.

  그 후로 신옥리는 시간 날 때마다 로부부네 집을 불쑥불쑥 찾아갔고 로부부도 번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만 하다가는 ‘군인아들’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저도 농촌에서 태여나고 자라 어느 시기에 일손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는 신옥리는 늘 로부부가 부탁하기 전에 미리 땔감을 실어다주고 농약 치러 오고 과일 수확하러 오군 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집이 춥지는 않는지 한시간씩 눈길을 걸어서라도 꼭 찾아와 안부를 확인하고 시름 놓고 돌아가는 신옥리의 성실함과 친절함에 로부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모르게 ‘아들’이 언제 오나 기다리게 되였다.

  2009년 음력설, 3년 동안 귀향하지 않은 신옥리는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청가’를 맡고 금방 결혼한 안해와 함께 로부부의 집을 찾아 함께 음력설을 보냈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 ‘아들 부부’와 함께 오랜만에 북적북적하게 명절다운 명절을 보낸 로부부는 그날 처음 ‘아들’을 안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2017년-‘군인아들’ 아닌 진짜 가족으로

  2017년, 신옥리는 제대를 앞두고 있었고 로부부는 “‘군인아들’역할은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우리 부부 신경 쓰지 말고 두 아이를 잘 키우고 가정에만 신경 써라.”고 먼저 ‘군인아들’과 연을 끊으려고 했다. “말로는 오지 말라면서도 주말에 가면 늘 애들 간식거리를 미리 사놓고 자동차 소리가 나는 것 같으면 집 앞까지 마중 나오신다.”고 말하는 신옥리는 로부부의 선의의 거짓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대 후에도 주말마다 식구들까지 데리고 로부부의 집을 다녔다.

  그러다 몇년 전, 장전순 로인은 심장병으로 입원치료를 받게 되였고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신옥리와 그의 안해는 번갈아가며 로인의 병간호를 알뜰히 했다. “큰애더러 작은애를 돌보게 하고는 병원에 와 나를 간호했다. 아들은 나를 엎고 오르락내리락 검사하러 다니고 며느리는 집에도 안 가면서 밤새 간호를 했다. 의사, 간호사,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아들, 며느리가 참 잘한다.’고 칭찬했다. 이런 것이 가족사랑이구나 싶었다.”며 장정순 로인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군인아들’역할은 신옥리의 두 아들이 태여난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신옥리의 아이들이 “몽골에 있는 할머니도 좋지만 로투구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좋다.”고 말할 정도로 로부부와 신옥리 가족은 이젠 끈끈한 한 가족이 되였다.

  올해 10월 갑작스레 자궁암 판정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중인 장전순 로인은 “항암치료를 하면서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에도 옥리네 부부가 같이 아파하고 울면서 용기를 북돋아줬다.”며 “이런 사람들이 없다. 우리 옥리는 정말 살아있는 뢰봉이다. 이런 좋은 사람을 내가 많이 자랑해야 다른 사람들도 알지 않겠나 싶어 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 며느리 사준 옷이고 이건 우리 작은 손주 사진이고 이건 우리 손주가 쓴 글씨이고…”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우리 아들, 며느리’ 자랑을 끊임없이 하는 로부부는 ‘아들’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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