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와 합치면 삼성과 붙어볼 만하지 않겠나?"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와 LG 트윈스의 타자를 합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KIA 선동열 감독이 답답한 마음에 던진 농이다. 시즌 내내 침묵하고 있는 타선에 대한 토로다.
선 감독은 지난 14~16일 잠실 LG전서 소득 없는 1패만 떠안았다. 불운도 있었다. 비 때문에 이기던 경기가 노게임으로 무효 처리됐고, 이튿날에는 경기가 취소됐다. 상승 분위기가 꺾였다.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열린 경기서 17안타를 얻어맞고 3-10으로 완패했다.
↑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 깜짝 제안을 했다. KIA와 LG의 투타 합병이다. 타선 침묵에 답답한 사령탑의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사진= 한희재 기자
1패보다 더 뼈아픈 손실도 있었다. 최희섭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마무리 최향남과 필승계투조 양현종도 전력에서 이탈했다. 세 명 모두 훈련 도중 다친 것이 아니라 복통을 호소해서다. 선 감독도 "유니폼을 입고 다친 것도 아니라 더 답답하다. 요즘 선수들은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KIA는 17일 현재 5위다. 짜릿한 연장 승리를 거둔 4위 SK와 1.5경기차로 벌어졌다. 포스트시즌을 위해 전력투구를 해야할 시점에 중심타선과 마무리가 모두 무너졌다. 주전 포수 차일목을 중심타선에 배치하더니, 이번주는 에이스 윤석민을 마무리로 긴급 전향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선 감독은 지난 시리즈 내내 LG의 타선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반대로 LG는 선발투수가 신통치않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KIA와 LG의 투타 합병에 대한 상상이다. 선 감독은 "LG가 시즌 초반 잘하다 무너진 이유는 결국 선발투수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3점을 먼저 뽑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KIA는 올 시즌 번트 횟수 100개를 채웠다. 믿지 못하는 타선 때문. 93경기만 소화한 탓도 있지만 팀 안타가 792개에 머물러 이 부문 7위다. 반면 LG는 97경기서 882안타를 기록해 2위에 올라있다. 팀 2루타 부문은 157개로 공동 1위. 선 감독의 투타 합병 제안이 납득이 간다.
선 감독은 "우리랑 LG랑 반반 나눴으면 좋겠다. LG는 투수, 우린 방망이가 문제"라며 "우리 투수와 LG 타선을 반반 합치고 마무리로 봉중근을 쓰면 삼성과 한 번 해볼만 한 것 아니냐"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 대신 잇몸으로 맞서며 가을야구를 노리고 있는 선 감독의 답답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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