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민규]
"브라질 전에서 서있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이범영(23·부산)은 16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브라질 전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2009년부터 홍명보 감독과 함께 했던 이범영은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며 꿈을 이뤘다. 그는 영국과의 8강전에 부상으로 쓰러진 정성룡(27·수원)을 대신해 후반 17분부터 출전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영국의 마지막 키커 다니엘 스터릿지의 슛을 막으며 한국을 사상 첫 올림픽 4강에 올려놨다. 이범영은 훤칠한 외모에 실력까지 갖췄다며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브라질과 준결승전에서 세 골을 내주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이범영에겐 아쉬운 한 판이었다. 그는 부상을 참고 경기를 뛰었다고 털어놨다.
-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뒤 어떻게 지내나.
"놀랐다. 팬들이 알아보는 것이 신기했다. 올림픽의 여운이 남아 일시적인 일일 것이다. 아직 부산에서는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하겠다."
- 전화번호 뒷 자리까지 2012로 바꿀 정도로 올림픽을 꿈꿨다.
"합류했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리가 풀릴 정도로 정신을 잃었다. 너무 기뻤다. 또 (정)성룡이 형이 와일드 카드로 합류해 배운다는 자세로 대회에 임했다."
- 영국전에서 갑자기 출전하게 됐는데.
"출전을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영국 팬들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뛰게 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자신감은 있었다."
-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실력보다 못 막은 것이다. 원래 (페널티킥) 세 번을 차면 한 개는 꼭 막는다. 영국 선수들 킥이 좋았다. 동료들이 잘 차줘서 내가 막을 기회가 생겼다. 스터릿지는 페인팅을 하는 순간까지 기다렸고 막았을 때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 출전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에서 실수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두 번 실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이번 올림픽에 임했다. 잘하고 싶었고 최선을 다했다. 영국전을 마치고 성룡이형이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 그러나 브라질 전에서 세 골이나 내줬다.
"사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다. 거기에 부상까지 입으며 대량실점한 것 같다. (부상 상황은) 전반전 중반에 백패스가 짧게 왔다. 189㎝의 거구 다미앙과 충돌했다. 그 무게로 무릎을 밟혔는데 부러지는 줄 알았다. 팀 탁터가 '너 아니면 뛸 선수가 없어 뛰어야해'라는 말에 다시 일어섰다. 압박이 대단했다.(웃음)"
- 호물로에게 내준 첫 골 때문에 비난이 일었다.
"한국 선수들은 강하게 차는데 브라질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 템포를 뺏어서 정교하게 찼다. 부상까지 당해 타이밍을 잃었다."
- 인터넷 기사를 봤나.
"네티즌들이 남긴 댓글도 다 봤다. 좋게 말해주는 글도 있었는데…. 아쉽다."
- 18일 경기부터 부산에 합류해 강원전을 치르는데.
"앞으로 부산은 상위스플릿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