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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이야기17】《흰눈이 내리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8.20일 13:15
새하얀 눈송이에 담은 소박한 념원

1982년 겨울의 어느날, 김동진시인은 눈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시상을 더듬었다. 하지만 막상 머리속에는 《흰눈, 쌀눈, 복눈, 함박눈, 풍년눈…》등 단어들만 어지럽게 란무할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인은 먼저 어릴적 시골의 추억을 더듬어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면서 《저것이 모두 입쌀이라면, 사탕가루라면 얼마나 좋을가…》하고 환상에 젖어보던 동년시절과 함께 생생한 화면 한폭을 떠올렸다.

해마다 설명절이면 없는 살림에도 방아간집에 가서 디딜방아로 쌀가루를 내시던 할머니와 어머니, 채뿌리 밑으로 흩날리던 희고 보드라운 떡가루, 그곁에서 떡을 한다고 좋아하던 철부지 소년… 금시 쿵덕쿵덕 떡방아 찧는 소리가 귀가에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옳거니, 바로 이거다》

그는 반짝 떠오르는 령감을 놓칠세라 수첩에 제꺽 《떡방아 찧는 소리 들려오더니/ 떡가루 날리는가 눈이 내리네》라는 구절을 적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서두를 잘 떼니 술술 풀려나갔다. 눈이 하얗게 내리는 날, 떡방아소리를 따라가보니 잔치집대문앞에 이르렀고 거기서 하얀 너울을 쓴 신부의 모습를 보게 되였다.

상상속의 신부를 자기 누님으로 가정하니 떡가루 같은 함박눈이 내리는 날은 하얀 너울을 쓰고 시집가는 누님에게 있어서 분명 행복한 날, 축복받는 날일것이다.

이 표현으로 《우리 누님 가는 길 시집가는 길/ 하얀 너울 쓰고 가라 눈이 내리네》를 쓰고 《아, 송이송이 하얀 눈이/ 산에도 들에도 소복이 내리네》라는 후렴구를 입에 오르는 대로 옮겨놓았다. 여기서 주요한 것은 1절에서의 누님이 가는 길을 놓치지 않은것이다. 그것을 떠나면 가사내용의 련관성과 통일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많은 말을 모두 생략하고 《있더라도 가더라도 우리 다같이/ 티 없이 살자고 눈이 내리네》라는 두 구절로 함축하였다. 사실 그속에 자신과 이웃들의 모든 아름다운 약속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하루밤 뒤척임끝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탄생되었다.

떡방아 찧는 소리 들려오더니

떡가루 날리느냐 마을에 눈 내리네

이쁜이가 가는 길 시집가는 길

하얀 너울 쓰고 간다

령길에 눈이 내리네

하늘에도 배꽃 잎이 곱게 날리나

하늘 땅 그 어디나 흰 눈이 날리네

있더라도 가더라도 우리 다 같이

티 없이 살아보자

흰 눈이 내리네

아, 송이송이 하얀 눈이

산에도 들에도 소복히 내리네

이 가사에 곡이 붙은것은 그 다음해였는데 지면에 악보로 찍혔을뿐 별로 불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잊고 지내며 수년이 흐른 1990년대초반의 어느날, 이 노래가 윤행성가수의 목소리로 방송에서 울려퍼지더니 삽시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애창곡이 되였다.

당시 이 노래를 히트시킨 윤행성가수는 이렇게 말했다.《1990년, 제가 한국에서 노래를 하게 되였는데 곡이 없었어요.급히 집에 련락하여 최삼명선생님의 곡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부랴부랴 취입하여 앨범의 마지막곡으로 록음했는데 정말 이런 좋은 곡을 일찍 몰랐던가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곡이 저한테 차례져서 얼마나 다행인가하고 기뻐하기도 했어요.》

/기고인 석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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