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이라도 어떤 사람은 더 젊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더 늙어 보인다. 각자 ‘로화 시계'가 다르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혈액 속 면역 체계를 통해 로화 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밝혀졌다.
미국 벅 로화연구소와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은 로화로 유발되는 대부분 질환이 면역 체계와 관련 있다는 점에 주목해 위험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개발하고저 했다. 연구를 발표한 스탠포드대학 약대 데이비드 퍼만 박사는 “모든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속도로 로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로인은 질병에 걸리기 쉽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이런 차이는 대부분 사람의 면역 체계가 쇠퇴하는 속도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혈액 속 만성적 염증 분석으로 로화 정도를 살필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염증성 로화 시계'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2007년―2017년 동안 8세―96세 사이 1,001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인공지능(AI)과 오믹스 학을 기반으로 로화 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분석했다. 먼저 로화와 질병에 대한 다양한 생물학적 표지를 도출한 뒤 실험 참가자의 로화 정도와 신체 능력을 설문과 테스트로 측정했다. 이후 장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혈액 샘플을 한 번 더 분석했다.
그 결과, 복합성 질환 유무, 면역력, 심혈관 로화 등을 추적해 수명을 가늠할 수 있었다. ‘로화 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케모카인의 일종인 ‘CXCL9'로 이 물질은 심장 로화, 불량한 혈관 기능 등과 관련이 있었다. 케모카인은 백혈구가 혈액에서 감염이나 상처가 발생한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크기의 체내 신호 물질이다. CXCL9는 60세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높은 CXCL9 수치가 나타난 집단에서는 좌심실 벽이 과도하게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만 박사는 “만성 염증이 있는 경우 유전자 불안정,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그리고 단백질 안정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전신 만성 염증은 텔로미어 마모와 후성 유전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텔로미어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양팔 각각의 말단부에 존재하는 특수한 립자로 세포 분렬이 반복될수록 점점 짧아져서 소실된다. 이는 세포 로화 등을 유발하는 원인의 하나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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