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ws24 최은화 기자]
아나테이너들의 전방위적 활약이 눈길을 끈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진행자뿐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박지윤 아나운서의 180도 변신에 관심이 쏠린다. 박지윤 아나운서는 그동안 참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롤모델이었고, 아나운서계의 이상적 모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연기자 지망생의 롤모델로 자리해도 부족함 없다는 평이다.
박 아나운서는 tvN '응답하라 1997'에서 카메오로 출연으로 '연기자로의 변신'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게 했다. 부산이 배경인 이번 드라마에서 경상남도 울산 출신의 박지윤 아나운서 캐스팅은 제작진에게 있어 최고의 선택이었고, 그도 주인공 못지않은 열연으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박 아나운서의 맛깔스러운 경상도 사투리와 여기에 더해진 거친 말투는 변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한 표준어 구사로 서울 출신인 줄 알았으나 울산이 고향이라는 점을 비춰봤을 때 사투리 연기는 당연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호야(준희)의 쌍둥이 누나로 등장해 욕설을 뱉는 장면에서는 귀를 의심케 한다.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큼 리얼하기 때문이다. 호야와 이시언(성재 역)이 수능시험을 치른 후 노래방에서 즉석 만남을 가졌을 때나 호야와 서인국(윤윤제 역)이 포장마차에 들렸을 때나 경상도 거친 언니 포스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는 풀이다.
여기에 거짓말을 한 동생에게 욕을 퍼붓는 여섯 번째 누나부터 동생에게 술을 건네며 마시라고 권하는 쿨한 일곱 번째 누나까지 완벽한 1인 2역 소화도 뛰어났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박지윤 아나운서의 완벽한 사투리 구사와 독설을 뛰어넘어 욕설은 그동안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 보여줄 것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해석도 이어졌다.
박 아나운서에 앞서 MBC 전 아나운서 겸 기상캐스터였던 김혜은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이미 배우로 자리했다. 조여정의 사투리 논란이 불거진 KBS2 월화극 '해운대 연인들'에서 김혜은은 팜므파탈의 매력을 발산하며 도시적이고 세련되면서 섹시함까지 어필하고 있다.
김혜은이 팜므파탈 매력을 선보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2004년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했지만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로 역할로 한정된 연기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걸쭉한 욕은 물론 재떨이도 집어던지는 과격한 여사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SBS '붕어빵'에 딸과 함께 출연하던 김혜은이 맞는지, 단아한 역할로 이미지를 쌓아오던 김혜은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할 정도였다. 실감 나는 깡패 여사장 역으로 김혜은은 물오른 연기력을 증명했고, 다양한 역할도 소화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과거 아나운서들은 개그맨이나 배우 혹은 가수들에게 자신의 밥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MC 자리를 위협받았고, 그랬기에 아나운서에게도 연예인의 기질을 요구했다. 그랬기에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요즘은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로 배우들이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KBS 출신 아나운서 최송현이 영화 '영건 탐정사무소'에서 주연을 맡은 것을 볼 때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들도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의미하고 있다. 이들의 연기 활동에 대중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tvN, K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