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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박지성, 그리고 버림과 익숙해짐

[기타] | 발행시간: 2012.08.25일 00:00
(베스트 일레븐)

지난 18일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다. 앞으로 9개월 동안의 긴 일정에 들어간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형제의 우승 다툼과 첼시·아스날·리버풀 등 전통 강호들의 부활 여부, 그리고 뉴캐슬과 토튼햄 등 중소 강호들의 선전 가능성 등 여느 때만큼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한 채 우리의 눈과 귀를 고정시키고 있다. 그 많은 이슈 중 우리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곳은 역시 박지성이 속한 퀸즈 파크 레인저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7년 생활을 접고 새로운 둥지를 찾은 박지성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이 국내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큰 설렘 속 맞이한 경기였으나 개막전에서 드러난 박지성과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첫 경기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에서 0-5로 참패를 당하며 상쾌한 스타트 끊기에 실패했다. 그 경기가 퀸즈 파크 레인저스 홈에서 열렸다는 점과, 스완지 시티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 생각했다는 점에서 충격에 가까운 패배였다. 무엇보다 다섯 골이나 속절없이 내주고 무너졌다는 점에서, 벌써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우울한 올 시즌을 전망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그 불안한 팀에서 힘겨운 도전을 하게 된 박지성에게로 향하는 시선 역시 측은함이 많이 섞이고 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박지성의 시즌 첫 경기를 보고 걱정이 커진 이유는 단순히 그 경기에서 대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박지성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우리들에게도 낯설기만 한 그 상황들이 올 시즌 내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대에 미치지 못 할 모습들로 인해 지금껏 박지성이 쌓아온 것들 흠집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이 버림과 익숙해짐이다. 지금까지 박지성이 보여준 환상적 모습은 서둘러 버려야 하고,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첫 번째 목표인 퀸즈 파크 레인저스라는 팀의 현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버려야 할 것

박지성이 유럽에 진출한 후 보여준 것들은 실로 대단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서는 중소 리그의 강자 PSV 아인트호벤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 등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서는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활약으로 명성을 더욱 높였다. 근 10년 가까이 최고의 팀에서 활약하며 이기는 경기, 좋은 경기를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박지성이 PSV 아인트호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그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한 팀에 있었던 만큼 좋은 감독과 동료로 인해 박지성도 가진 기량의 이상을 뿜어낼 수 있었다.

PSV 아인트호벤에서는 케즈만을 비롯해 로벤·반 봄멜·코쿠·알렉스 등 훗날 정상급 리그의 정상급 팀에서 활약한 이들과 발을 맞췄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반 니스텔루이·C.호나우도·루니·긱스·스콜스·비디치·에브라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이는 박지성이 지난 10여 년에 걸친 세월 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고, 또 경기 중 그들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생겨 가진 기량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많이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는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없다. 박지성이 팀의 주장과 에이스 구실을 해야 할 만큼 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과거 PSV 아인트호벤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개막전을 통해 잘 드러났지만 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상대를 압도할 만한 선수가 전혀 없었는데, 박지성은 이제 그들을 이끌고 가야 할 만큼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이는 과거 박지성이 최고의 동료와 함께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던 기억을 버려야만 좀 더 현실적 시선에서 그를 바라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과거와 같은 잣대로 박지성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눈에는 그저 부족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박지성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바로 강한 팀에서 화려한 동료와 함께 뛰어 다니던 모습이다. 그래야만 박지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염되지 않는다.

익숙해져야 할 것

스완지 시티와의 개막전이 끝난 후 국내 축구팬들은 대단히 큰 상실감에 빠졌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박지성의 소속팀이 0-5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PSV 아인트호벤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당시와는 전혀 상반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공산이 크다. 전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 스완지 시티에 이렇게 무너졌는데, 맨체스터 시티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첼시 등의 강호들과 경기할 때면 이보다 더 처참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승리보단 패배가, 환희보단 좌절의 순간이 많아질 게 분명하는 뜻이다.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박지성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팀이 대패하는 모습, 우리가 빨리 익숙해져야 할 것 중 하나다.

약한 팀의 한계로 인해 대단히 서글픈 현실을 인내해야 하지만 다행히 반갑고 설레는 것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캡틴으로서, 그리고 팀의 에이스로서의 박지성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마크 휴즈 감독은 박지성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에게 캡틴 밴드를 차게 한 것 하나만으로도 그 기대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박지성이 이전 팀에서와는 다소 다른 역할을 하게 됨을 의미하는데, 바로 팀을 이끌고 나가는 리더의 구실이다. 이 역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PSV 아인트호벤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었을 때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비록 힘든 상황에서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하는 현실은 안타까우나,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리더 구실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 설레는 일이다.

당분간 박지성을 향한 시선은 혼란과 낯설음으로 가득할 것이다. 환상적 동료들과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박지성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낯설 것이고,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훨씬 더 많아짐에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박지성을 빨리 버리고 지금의 박지성에 대해 익숙해지려 노력한다면, 새로운 환경과 역할에서 멋진 도전을 시작한 새로운 박지성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첨언한다. 비록 명문 팀에 적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한 팀의 리더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박지성의 가치는 여전히 대단하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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