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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에 가면 ‘장모님국밥집’에 가라고?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2.02.28일 11:43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화룡에 가게 되면 장모님국밥집에 가서 개고기 한번 먹어보게나! 이야기가 있는 고기집이더라구.”하는 말을 듣고 후에 화룡에 가면 들려보마하고 대답했지만 화룡에 갈 때마다 다른 사유로 한번도 들리지 못했다.

  지난 2월 11일, 다른 일 때문에 화룡에 가게 되였는데 길에서 만난 고중 때 친구가 점심 사준다면서 ‘장모님국밥집’으로 잡아끄는 것이였다. 지인이 말하던 식당이름이고 또 한번 가고 싶었던 곳이라 못 이기는 척 따라들어갔다.

  후에 알았지만 설련휴에 휴업했다가 개업하는 첫날이라면서 반가이 맞아주는 웃음 넘치는 밝은 얼굴은 39살의 안주인 곽은실이고 가게 안에서 엉거주춤 눈인사를 하면서 “어서 오세요.”하는 중등키의 서글서글한 두눈은 41살의 바깥 주인 신호였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차잔을 기울이면서 지인이 추천하던 사연을 이야기하였더니 “우리 가게가 연길에까지 소문이 났어요?”하고 깜짝 놀라는 기색이다. 화룡에 왔던 김에 점심도 먹을 겸 재미나는 이야기도 들을 겸 들렸다고 하면서 국밥집이야기를 슬쩍 주문했다.

  “그거야 우리 이야기부터 시작되지.” 이야기꼭지를 떼는 사람은 신호의 장인인 곽일룡(62세)이라는 분이고 이야기는 거침없이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전 커가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동성진의 시골마을에서 무작정 화룡에 올라왔지.” 화룡에 올라와 아이들을 학교에 붙이고 보니 근심이 태산같더란다. 학비와 세집비, 전기세, 석탄값 등 여러가지로 소비가 많은데 직장을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32살의 한창 나이였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부부가 함께 일하는 직장을 찾기는 더구나 하늘의 별따기였단다.

  마침 화룡에 먼저 올라온 고향선배로부터 시장에서 장사 할 의향이 있으면 자그마한 매대를 소개해주마고 련락이 왔다. 화룡중심시장 1층 끝자락에 고기국을 삶아 팔던 매대란다. 매대주인을 찾아 고기매대를 임대맡아 장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장사가 너무 안되여 매대를 처분하려 했는데 차라리 잘 되였다.”며 임대비는 그만두고 그냥 해보라면서 주방도구까지 주더란다. 이렇게 고기장사를 시작하였는데 남들은 한달도 못 채우고 내놓군 하던 자그마한 매대에 대박이 터질 줄이야!

  물론 개혁개방초기라 정리실업인구가 많고 값비싼 식당보다 단돈 5원이면 점심을 해결 할 수 있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지만 무엇보다도 싱싱한 고기와 구수하고도 얼벌하며 시원한 개즙이 은을 냈다고 한다.

  “농촌에서 짐승을 잡으면 잡내를 없애기 위하여 항상 깨끗한 물에 고기를 몇벌씩 씻지. 그리고는 오래 삶고 즙을 만드는 조미료는 알뜰히 골라 쓰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바닥은 음식맛이 어떻더라는 소문이 가장 빨리 전파되는 곳이다. 오가는 사람들과 장사군들의 입소문을 통해 곽씨네 부부가 경영하는 고기매대는 점차 흥성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고기짐승을 사다가 세집에서 잡아 끓인후 다시 매대에 날라와서 덥혔지. 처음에는 한마리, 두마리 이렇게 잡았는데 장사가 점점 잘 되면서 하루에 다섯마리나 잡고 복무원도 4명이나 썼지…” 2메터도 안되는 자그마한 매대에서 고기짐승 다섯마리를 그것도 점심과 오후사이에 다 팔았다니 장사가 얼마나 잘 되였겠는가?

  주방에서 잽싼 솜씨로 고기를 저미던 신호의 장모 리명희(62세)가 이야기에 끼여든다. “그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만 해도 기절이 납니다. 한번은 밀차에 고기국을 싣고 시장에 나가다가 올리막길에서 미끌어 넘어졌어요. 남편이 이른 새벽에 잡아서 네시간이나 끓인 고기와 국물을 몽땅 개울가에 쏟아버린 것도 가슴 아팠지만 그날 점심에 매대에 와서 기다릴 손님들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뿐이 아니다. 단층집에 세들었는데 먹거리 짐승을 너무 많이 잡다보니 옆집 하수도에서 피가 솟는다고 난리를 쳐서 세집에서 쫓겨나고 시장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시교에 나가 단독집을 세맡아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25년을 시장매대에서 고기탕집을 경영하면서 아이들을 성가시키고 덩그런 집도 둬개 장만하니 그만 힘에 부쳐 쉬고 싶은 생각이 들더란다.

  9살짜리 딸 민서를 둔 신호와 곽은실이 처음 만났 것도 바로 그 시장 고기매대 시절이였다. 고중을 졸업하고 시장 치안대에 다니던 신호가 장모네 고기매대에 자주 들려 밥을 먹군 하였는데 학교수업이 끝나면 매대에 달려와 부모의 일손을 도와주는 은실이를 눈여겨보게 된 것이다. “너무 착해 보였습니다. 그 세월에 시장매대에 와서 설걷이 돕는 녀자애들이 없었거든요.” 후에 일본류학을 마치고 돌아온 신호는 곽씨네와 같은 시장에서 물고기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동원하여 혼사말을 꺼냈고 전부터 오빠, 동생하면서 수집은 눈길을 주고받던 둘은 부모님들의 동의하에 재빨리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였다.

  “이 애들이 결혼한 후 식당을 경영하겠다고 해서 우리 량주는 고기집을 해보라고 추천했습니다. 고기료리는 우리 조선족들이 예로부터 즐겨 먹는 음식이니 잘 하면 먹고 살만 할거라고 했습니다. 사위가 식당이 기틀을 잡을 때까지 우리 량주가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장모네고기탕집’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고기탕이라면 좀 듣기가 거북하여 후에 국밥집으로 고쳤습니다.” 장인과 장모는 딸과 사위가 식당을 개업한 후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단다. “인젠 너무나 잘해요. 우리가 없어도 되지만 자꾸 나오고 싶습니다.” 딸과 사위를 대견스레 바라보면서 하는 장모의 말이다.

  “일본에 가서 기업관리를 배운 현대청년이 식당일을 제대로 할지 근심했는데 부지런하고 까근하게 참 잘하데. 눈이 오나 비 오나 또 다른 일로 아무리 바빠도 새벽 세시면 꼭꼭 일어나 도살장에 가서 자기 눈으로 살아있는 먹거리 짐승을 확인하고서야 잡게 하지. 이렇게 십년이 흐르면서 인젠 좋은 짐승을 볼 줄 아는 예리한 눈도 가졌고 하는 일마다 미립이 튼 무던한 사위로 되였지.” 사위자랑에 목이 마르는 줄 모르는 장인이다.

  은실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고기료리를 배운데다 지난 십년간의 주방일을 통해 어떻게 삶은 고기가 맛있고 어떤 조미료로 만든 즙을 손님들이 좋아하는 가를 손금 보듯 환히 꿰뚫고 있었다. “고기는 당날음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의 식당에서는 매일마다 당날 잡은 짐승고기만 손님들에게 올립니다. 묵은 고기는 절대로 쓰지 않습니다. 때론 고기가 남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복무원들에게 나누어주거나 부모님 혹은 친척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이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묵은 고기는 구수한 맛이 많이 떨어지고 약간 신내가 납니다.” 거기에 짐승고기는 납가마거나 압력솥이 아닌 쇠가마에 네시간 이상 끓여야 신선한 맛이 난다고 소개한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여온다.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드는가 싶더니 잠간사이에 국밥집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넘쳐났다. 주인내외와 복무원은 상과 주방사이를 실북나들 듯 오가고 우리는 상에 덩그라니 올려진 고기접시에 저가락을 분주히 오가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룡에 가서 먹을 고기집을 찾으면 택시기사들도 장모님국밥집으로 곧바로 달려온다는 말에 수긍이 갈 것 같다. 장인, 장모가 시장매대에서 20년간 경영하면서 차곡차곡 쌓은 구수하고 맛좋은 짐승고기와 즙의 비결, 거기에 외국류학까지 다녀온 젊은이들의 까근하고 알뜰한 정성과 ‘고객들에게 오직 최고의 음식만을 선물한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해가고 있는 ‘장모님국밥집’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시름놓고 찾아가고 또 추천하게 되는 음식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출처:길림신문

  편집:김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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