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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뻥튀기 소년, 떡 회사 회장님된 비결 보니

[기타] | 발행시간: 2012.09.09일 17:06
#1. 1962년 겨울 어느 날. 경상북도 영천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잇따른 사업실패로 서울로 올라와 맞은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여덟 식구의 장남인 그는 15세에 소년가장이 됐다.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뻥튀기 장사를 시작했다. 자전거 가득 뻥튀기를 싣고 서울에서 수원으로 다시 인천으로 오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 추웠다. 피곤한 몸을 눕힐 방도 없어 담벼락을 벽 삼아 친 천막에서 추위에 떨며 동생과 밤을 보냈다. 선잠이 든 사이 모르는 이가 말없이 천막 안에 미군 야전 상의로 넣어줬다. 옷을 입자 뼈까지 얼어붙게 하던 추위가 가셨다. 언젠가 돈을 벌면 못사는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2. 2012 9월 초 경기도 파주시 송학식품. 60대 중반의 노인이 끊이지 않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북한 어린이들과 밀가루라는 단어가 전화기를 통해 띄엄띄엄 들렸다. 노인은 전화를 끊은 뒤 영양분이 많은 밀가루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수소문했는데 드디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2000명이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노인은 밀가루는 회삿돈과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 조달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좀 더 규모를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세 나이에 뻥튀기 기계 한 대로 시작, 매출 5000억원의 중견기업을 키운 성호정(65) 송학식품 회장의 이야기다.

성 회장은 국내 최대 떡 제조업체 경영자다. 하지만 그는 “국내 최대의 떡 회사를 운영하는 성공한 기업의 회장님이 된 것보다 배고픈 사람에게 떡을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활동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회사 운영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찾은 송학식품 파주공장에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링크아즈텍이 ‘2008~2010년 3년 동안 떡 및 떡볶이류 국내 점유율 1위’라는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성 회장은 “송학식품은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떡 회사”고 말했다. 남아도는 쌀을 이용해 떡볶이 등 떡 관련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까지 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실제 송학식품은 지난해 476억원의 매출 중 70억원(600만 달러) 쯤을 수출로 달성했다.

성 회장은 “실패한 사업가 집안의 장남이 뻥튀기 행상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의 떡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비결은 남을 도우려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성 회장은 남을 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무슨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 갓 상경했을 때 배고프고 추웠던 시절, 얼굴도 모르는 이가 주고 간 야전잠바로 겨울을 났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면서 “그 일을 생각하면서 나도 남을 위해 이유없이 베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2만명이 먹을 수 있는 떡과 국수 수제비 등을 전국의 보육원과 양로원에 보낸다. 국내에서만 지원하는 곳이 무려 400곳을 넘는다. 해외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에도 밀가루를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필요한 곳에 우물을 파주기도 했다.

북한도 그가 지원하는 나라다. 10년 전부터 시작해 남북 관계가 악화되기 전까지 1만명이 하루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양의 밀가루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날 통화도 밀가루 200톤을 무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된 내용이었다.

성 회장은 “‘주변 사람들은 남을 위해 베풀기만 하면 회사는 언제 규모를 키우느냐’고 하는데 아낌없이 베풀면 그 대가가 알아서 온다”고 설명했다. 성 회장은 아프리카 케냐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 갔다가 이질까지 걸리는 등 고생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 지방에 사두었던 땅이 의료단지로 개발로 몇십배가 오르자 이 땅을 자선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늙고 지쳐 귀국한 이들이 쉴 수 있는 요양원을 짓는다는 꿈이다. 성 회장은 “영남지역뿐 아니라 호남에도 요양원을 따로 짓기 위해 전북 전주 근처에도 쓸 땅을 벌써 사놓았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본업에도 열심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경기도 일산의 회사에 출근해 공장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개선할 점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제로 그는 “뻥튀기 장사를 시작한 뒤로 평생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며 “집에서 4시간 정도 잔 뒤 깨면 무조건 회사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성 회장은 “새벽에 출근하면 도로가 막히지 않아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머리가 맑을 때 출근해 공장을 둘러보면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서류를 검토하면 실수가 줄어들어 경영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메모 습관도 성 회장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다른 회사의 경영자들과의 차이점이라면 그가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건의 사안과 아이디어를 메모한 뒤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반드시 실천한다는 점이다.

성 회장은 “메모만큼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 ‘송학식품수첩’을 만들어 전 직원에게 돌렸다”며 “대리점들의 건의 사항과 제품 아이디어, 경영 개선 사항을 회사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 회장의 꿈은 세계 곳곳에서 송학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주력 제품은 국수로 정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했으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아프리카에도 조만간 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진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못사는 이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이 해외진출의 이유다.

성 회장은 “음식을 저렴하게 팔아야 못 먹는 사람들도 사먹을 수 있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큰 수익이 안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먹으면 결국 회사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서 동시에 회사도 성장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자신했다.

조선비즈 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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