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방송 캡처
‘1박2일’, 멤버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성시경의 새로운 캐릭터 ‘성왕’을 향한 경축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로써 멤버들 간 캐릭터 구축이 완료된 이들은 더욱더 짙어진 색을 바탕으로 깃발을 쟁취하기 위한 한 바탕 레이스를 펼쳐나갔다.
최근, 강호동의 연내복귀가 확실시되자 일각에서는 그가 몸담았던 프로그램인 ‘1박2일’을 거론하며 강호동의 투입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즌1과는 다른 색과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시즌2이기에, 설사 강호동이 투입된다 해도 그와 기존 멤버들의 조합은 이질적으로 읽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사실상 강호동의 투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시즌2 멤버들을 향한 불신에서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맏형인 김승우는 출범 전 가장 커다란 우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 외에 예능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이기에, 치열한 일요일 예능 판도에서 과연 맏형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수두룩했기 때뮨.
하지만 김승우는 ‘1박2일’ 시즌2가 배출해 낸 가장 커다란 보석이라는 닉네임과 같이 예능 늦둥이의 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 속 카리스마는 잠시 벗어두고, 가끔은 허당같은 면모를 뽐내며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강한 리더십 대신 착하고 유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멤버들을 한데 엮고 있다.
잘 하리라 예상했던 차태현은 여전히 잘하고 있다. 이미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왔기에보장된 카드로 읽히던 크는 여전한 예능감과 발군의 리액션으로 멤버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으며 막내인 주원은 두드러지진 않지만 막내다운 패기와 귀여움으로 무장해 형들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출연을 결정지은 이수근과 김종민, 엄태웅 역시 마찬가지. 먼저 이수근은 김승우의 뒤를 이어 팀 내 프로그램의 진행과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았기에 시즌1보다는 진행에 힘을 쏟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김종민은 특유의 어수룩한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며 시즌2 최고의 핵폭탄급 웃음 제조기로 톡톡히 발돋움을 하고 있다.
시즌1에선 좀체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엄태웅은 말 그대로 시즌2에서 활개를 펼치고 다. 이들이 구축한 착한 예능의 색이 그만큼 멤버들이 자신들의 색을 펼치기에도 적합한 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느 한 사람이 유독 튀지도, 모나지도 않았기에 이들은 둥글게 뭉칠 수 있었던 것이며, 그 안에서 일요일 저녁 예능시간에 걸맞는 무공해 웃음이 발생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 시즌2의 멤버들은 ‘1박2일’의 최전성기라 부르던 시절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 보일 수 있다. 오프닝 미션-저녁 복불복-취침 복불복-아침 미션 등의 굳어진 패턴 역시 이들이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다. 하지만 굳어진 패턴은 시즌1에서도 여전했고, 그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이같은 난관을 이겨냈듯 시즌2의 멤버들은 조금 더 신선한 요소를 가미한 게임들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 낼 저력을 갖추고 있다.
그간 ‘1박 2일’을 꾸준히 지켜봐온 이들이라면 분명 눈치 챌 수 있듯, 이들은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 촬영 중간 중간 쉬는 시간, 바닥에 드러누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와중에도 깨알같은 웃음을 뽑아낼 경지에 다다른 시즌2 멤버들은 이제야 비로소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먹고 바로 죽을 수 있으니 고삼차보다 사약이 낫다는 엄태웅은 결국 쓰디 쓴 고삼차를 원샷했고, 입맛이 까다롭던 김승우는 맨 밥에 고추장만으로도 밥 두 그릇을 해치울 만큼 ‘1박2일’화 되어가고 있다. 번지점프를 시작으로 이젠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보여주는 그들의 의지처럼, ‘1박2일’ 역시 이들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는 최고의 궁합으로 일요일 저녁 안방극장을 점령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한국일보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