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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가 '응답하라1997'로 받은 위로(인터뷰)

[기타] | 발행시간: 2012.09.17일 16:57

정은지

[이데일리 스타in 김영환 기자] “성시원은 정은지의 80%에요.”

데뷔작부터 압도적이다. 쏟아지는 칭찬에 걸그룹 에이핑크 정은지는 겸손하게 말했다. 이제는 에이핑크 메인보컬 정은지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히로인 성시원이 더 친숙하다.

14일 서울 여의도동 이데일리 사내에서 정은지를 만났다. “저도, 표준어, 쓸려면, 써요.” 출처 불분명의 억양에서 성시원이 묻어났다. “제가 표준어를 쓰면 부끄러워서 ‘표투리’를 쓰고 있는 거에요.”

그만큼 정은지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걸그룹이라기엔 무대 아래에선 털털하고 걸출한 배우라기엔 성시원과 많이 맞닿아 있다. 정은지 스스로도 그렇다. 고향을 떠나 고된 생활을 거치면서 외로움은 불쑥불쑥 정은지를 찾아왔다. 경계에서 정은지는 아직 중심 잡기에 한창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7’은 따스했다. “작품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 팀을 “가족”이라 표현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가족이 줄 수 있는 유대감을 필요로 하는 거죠. 가족 안에서의 사랑요. 그래서 ‘응답하라 1997’과 이별하기 더 아쉬워요.”

‘응답하라 1997’은 정은지에게 매우 특별하다. 데뷔작이었고 여주인공이었으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시원이한테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정은지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응답하라 1997’은 정은지가 일궈낸 캐릭터에 기댄 바가 많다. 거꾸로 정은지 역시 ‘응답하라 1997’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많이 우울해졌어요. 지금도 마음이 허해서 찍어놓은 것들 다시 보곤해요. (신)소율 언니가 작품이 끝나면 무척 아쉽다고 했었는데 지금 딱 그 마음이에요. 에이핑크 은지로서 시원이 볼 때 신기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플 지경이에요.”

성시원은 정은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했다. 성시원에게서 정은지의 남은 20%는 ‘다소 소심함’이다. “저 보기랑 다르게 생각이 많아요.” 정은지가 웃었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을 긁어줬어요. 제가 사실 거침없이 말하는 것 같아도 걸러서 이야기 하는 게 많거든요. 그런데 시원이는 거침이 없어요. 당당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소리를 빽 지른다거나 아빠(성동일)랑 투닥거리는 모습, (윤)윤제(서인국)한테 대놓고 ‘좋은데, 멋있다’ 이러잖아요.”

정은지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소위 ‘떴다’. 소속 그룹 에이핑크와 성시원 사이를 고민할 만큼. 다른 멤버들이 연기 레슨을 받을 때도 오로지 음악에만 몰두하던 정은지에게 기적 같은 일이다. 그래서 더욱 부담도 된다. 정은지를 80%나 닮은 캐릭터 성시원을 빼면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스스로도 고민이고 궁금하다.

“칭찬해주시는 것마저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다음 작품이 걱정되니까요. 즐기지 못할 정도였는데 제가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너무 저한테 가혹하게 굴고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좀 편해졌어요. 다음 작품은 딱히 생각하진 않았지만 반항아를 해보고 싶어요. 시원이가 말은 세도 반항아는 아니었잖아요. 제대로 된 반항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데일리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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