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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요? 에이… 저한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배우 유해진(42)이 항간에 떠돌던 신비주의 논란(?)에 대해 부인했다.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6월 출연작 ‘미쓰GO’가 개봉했을 때, 새 영화 ‘간첩’을 찍느라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신비주의란 말까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해진을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한옥카페에서 만났다. 왜 이렇게 만나기 힘들었느냐는 기자의 말에 “저 그렇게 안 바쁘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저한테 시나리오가 정말 많이 들어온다고 알고 계시는데, 그렇지만도 않아요. 그저 지금은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죠. 저의 경우에는 영화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시간(공백기)을 많이 겪어봐서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잘 알거든요.”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간첩’(감독 우민호)에서 그는 남파한 생활형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우두머리 최부장 역을 맡았다. ‘왕의 남자’ ‘타짜’ ‘전우치’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웃음기를 싹 뺀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작품이 간첩이란 단어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의 말랑말랑한 삶에 접근하고 있어서 ‘의외성’에 끌렸어요. 작품을 고를 때 ‘재미’를 먼저 보거든요. 관객이 많이 들지, 안 들지는 솔직히 잘 몰라요. 제가 관객 입장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생각하죠. 그런 다음 제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조율하는 편이에요.”
‘간첩’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답한다. 어떤 영화든 아쉬움은 남기 마련. 유해진은 “지난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도로 총격신 등을 촬영했는데, 전체적으로 그림이 잘 나온 것 같다”면서 “극중 혼자 무게 잡는 역할인데, 김명민씨와 호흡을 맞추며 외롭지 않게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배우가 아닌 ‘인간 유해진’은 평소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그는 주저 없이 ‘여행과 등산’을 꼽았다.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 여행도 하고 산도 오른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즐긴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에 더 친숙하다.
“꼭 보고 싶어 챙겨보는 영화는 1년에 한 두 편정도 될까요? 그냥 쉴 때는 책을 읽거나 다큐를 봐요. EBS에서 해주는 다큐멘터리 좋아하죠. 영화나 소설처럼 가공된 것보다는 생 날 것의 느낌이 더 좋다고나 할까요. 다큐에서 연기에 대한 힌트를 얻을 때도 많고요. 쉴 때는 주로 일과 연관된 것보다는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것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충무로 씬스틸러’ ‘러브콜 1순위’답게 유해진은 차기작으로 ‘감기’(감독 김성수)를 일찌감치 결정해놓은 상태다. 이 영화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영화 ‘무사’(2001) 때 충무로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자신을 발굴해준 김성수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가 되기 전, 자신을 처음으로 알아봐준 은인에 대한 고마움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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