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유엔총회에서 일본 한국 중국 3개국이 충돌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고, 독도 문제에서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한국이 응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기와 남을 속이는 일"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한국도 28일 예정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연설을 통해 일본에 반박할 계획이다.
노다 총리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법치주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와 센카쿠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해결하자는 기본 방침을 되풀이한 것이다.
특히 그는 "자국의 이념과 주장을 일방적인 무력행사나 위협으로 실현하려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로 센카쿠 문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독도에 대해서는 "ICJ의 강제관할권을 수락하지 않은 모든 국가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ICJ 제소에 응하지 않는 한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강제관할권이란 한 국가가 영토문제 등과 관련해 제소하면 ICJ가 상대국의 재판 참석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으로 193곳 유엔 가입국 중 한국 등 126개국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노다 총리는 특히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센카쿠 열도는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다. 영토 분쟁은 있을 수 없고,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또 중국 반일 시위와 관련해 "일본인, 일본 기업에 대한 공격ㆍ약탈ㆍ파괴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양제츠 외교부장이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영토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양보도 없다는 뜻을 천명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관영 인민일보는 "노다 총리가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은 무시했다"며 "샌프란시스코 조약만을 강조하며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노다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에는 곧바로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노다 총리가)국제법 원칙의 허울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라는 비난 논평을 내놨다.
친강 대변인은 "영토의 귀속 문제는 역사와 법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며 "사실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타국 영토 주권을 침범하고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의 성과를 부정하는 나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은 파시스트와의 전쟁에서 많은 희생과 공헌을 했다"며 "일본과 같은 패전국이 승전국인 중국의 영토를 강점하고 있는 것이 어디에 있는 이치인가"라고 말했다.
한국도 28일 김성환 장관의 연설을 통해 노다 총리에 대한 우리 측의 반박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7일 "김성환 장관은 법치주의와 국제사법 절차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난번 연설(법치주의 고위급회의)을 통해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치주의와 함께 올바른 역사인식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이 '위안부'나 '독도'를 직접 언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양국 만의 사안을 다루기 위한 무대로 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대변인은 "전시 여성인권 문제와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