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교육/학술
  • 작게
  • 원본
  • 크게

초딩 언어 "생선·문상·노방"…대체 무슨 뜻일까?

[기타] | 발행시간: 2012.10.08일 06:00
어른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르는 초등학생 은어의 세계

동남아에 이어 중동을 강타한 대장금,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최근 전 세계인의 이목을 단번에 휘어잡아 버린 싸이의 강남스타일.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류 열풍의 뒤에는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에서의 한글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BS는 한글날을 맞아 날로 심화되고 있는 우리 일상속의 '한글 파괴 현상'을 짚어보기로 했다. 8일은 첫번째 순서로 초등학생들의 은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나는 오늘 철수와 훈이와 함께 엠비에 갔다. 그리고 다같이 롤을 했는데 훈이는 솔까말 레알 처음한 것 같았다. 철수는 생각보다 했는데 나한테 개쳐발릴 실력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개나대는지 모르겠다. 결국 철수와 훈이는 빡쳐서 집에 갔다. 나는 다른 애들과 만나 운동장에 갔다.

애들과 축구를 하는데 어떤 형들이 와서 시합을 하자고 했다. 헐 밸런스가 너무 에바였다. 우리는 개털렸다.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너무 늦게 왔다고 해서 나를 혼냈다. 진심 빡쳐서 방콕했다.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일기의 한 부분이다.

은어, 비속어, 줄임말 등이 뒤섞여 있어 해독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알고보니 내용은 PC방에 가서 친구들과 게임을 했는데 자신의 실력이 다른 친구들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일기에 나온 '엠비(MB)'는 머니방의 약자로 돈을 쓰는 곳인 PC방을 뜻하고 '솔까말'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를 줄인 말이다. '레알'은 영어의 real, 즉 정말이라는 뜻으로 통용됐다.

'에바'라는 말은 초등학생들이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로 오버한다의 의미로 사용된다. 또 어떤 말을 강조할 때는 접두어처럼 '개'를 써 표현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은어나 줄임말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서울 덕수 초등학교 6학년 김 모(12) 군은 "한 친구가 시작하면 재밌어서 다른 친구들이 따라하게 된다"면서 "어른들은 모르는 단어를 사용하면 우리끼리 더 친숙해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안산 학현 초등학교 6학년 이 모(12) 양은 "말할 때나 문자, 카톡할 때 빨리 말하고 싶고 귀찮아서 줄임말을 많이 쓴다"고 답했다.

국립국어원의 '2011년 청소년 언어실태 전국 조사(전국 6개 권역 경인,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의 초등학교 학생 6,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97%, 중고등학생의 100%가 은어나 유행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들은 'ㅎㅇ(하이), ㅃㅇ(빠이)' 처럼 자음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깜놀(깜짝 놀랐다), 귀척(귀여운척)'처럼 다양한 줄임말을 사용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나대다, 찐따, 빡치다'처럼 비속어가 유행어처럼 등장해 일상대화 속에서도 언어폭력의 심각성이 감지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대화, 대부분 줄임말을 사용해 대화를 이어간다

여: 나 내일 생파할건데 생선갖고 와라

남: 알았어 엄마한테 뻥까서 돈 받아가지고 문상 사줄게

여: 난 엄마한테 뉴발이나 노페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사줄까 싶다.

남: 낼 생파때 노방가냐.

여: 생선이나 잘 챙겨오삼

△생파= 생일파티 △생선= 생일선물 △문상= 문화상품권 △뉴발= 뉴발란스 운동화 △노페= 노스페이스 의류 △노방= 노래방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글을 파괴하고 세대 간 의사소통의 단절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조 모(37.여) 씨는 "아들이 친구들과 전화 통화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영어도 외래어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놀랐다"면서 "애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말을 갑자기 나한테 할 경우에도 이해가 안돼 정말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 모(28.여) 씨도 "반 아이들이 줄임말이나 은어로 다른 친구를 괴롭혔는데 내가 몰라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의사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관련기사

[Why뉴스] 정부(행안부)는 왜 한..한글날 공휴일 청원, “경제효과 5조..광양 학교 폭력 예방 잰걸음…'문상'..

하지만 무조건 은어나 비속어, 줄임말을 쓰지 말라고 강요하기보다 왜 아이들이 그런말을 쓰는지 이해하고, 표준어, 품격있는 언어를 썼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설명해 스스로 언어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경봉 원광대 국문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은어나 비속어를 대응할 만한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아이들이 좋은 글과 말이 무엇인지 알려면 그러한 글과 말을 많이 읽고 들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모범이 되는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CBS 홍영선 기자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트로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최근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속사 대표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니저에 김호중을 대신해 경찰에 출석하라고 지시한 이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공기주입식 놀이기구와 관련돼! 7월부터 강제 실시!

공기주입식 놀이기구와 관련돼! 7월부터 강제 실시!

일전에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국가표준위원회)은 강제성 국가표준인 '공기주입식 놀이기구 안전규범'을 발표했다. 이 표준은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에어캐슬, 에어미끄럼틀 등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다. 최근 몇년동안 이러한 류형의 시설의 전

‘모멘트'를 확대하여 새로운 협력 추진

‘모멘트'를 확대하여 새로운 협력 추진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동계아시안게임과 동행·생명 보호' 대회 자원봉사자 훈련 시작

'동계아시안게임과 동행·생명 보호' 대회 자원봉사자 훈련 시작

할빈 2025년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은 북경 동계올림픽에 이어 중국이 개최하는 또 다른 중대한 국제 종합성 빙설대회로 할빈시적십자회는 동계아시안게임 보장에 참가하는 14개 대학의 6600명 자원봉사자에 대한 긴급 구조 훈련 임무를 수행했다. 5월 12일 첫번째 동계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