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생인 김모(10) 양은 새벽 일찍 인근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김 양은 오전 6시부터 등교 시간인 오전 9시까지 오가는 어른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한다. 전단지 배포로 김 양이 받는 돈은 법정최저시급(4580원)보다 30% 이상 적은 시간당 3000원. 언니 오빠들은 같은 일을 하고 시간당 4000원씩 받지만 초등학생인 탓에 불만도 꺼내지 못한다. 김 양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교에 매번 지각하지만 돈 걱정을 하지 않아 좋다”며 “같은 반 친구들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이모(12) 군은 학교만 다녀오면 컴퓨터를 끌어안고 산다. 게임 중독도 아니지만 컴퓨터 앞을 떠날 줄 모른다. 이 군이 컴퓨터로 하는 일은 이른바 ‘포인트 아르바이트’로 쇼핑몰 홍보 글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리고 해당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를 모아 원하는 물건을 산다.
최근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에 나서는 초등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쇼핑몰 홍보 글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리고 포인트를 적립받는 포인트 아르바이트와 설문조사 등에 응하고 적립금을 받는 ‘패널 아르바이트’ 등이 대표적인 초등학생 아르바이트로 꼽힌다. 이들 아르바이트는 금액이 많지 않지만 부모 주민번호 등 신상명세를 도용해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감춘 채 일할 수 있어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여·31) 교사는 “반 30명 학생 중 학기 중에는 4∼5명, 방학 기간에는 10여 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을 쪼개 각종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것은 생계보다는 스마트폰, 화장품 등 용돈으로는 사기 힘든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서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초등학생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어른들과의 조건만남 등 이른바 ‘비건 알바(비건전 아르바이트)’까지 나서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이가 어린데다 부모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 점을 악용해 고용주가 임금을 체불하거나 떼어먹는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생 중 50%가 법정최저시급 미만을 받았고 18%는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