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김진구(37세, 남) 씨는 사업차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했다가 거래처 사장이 자신이 올해 산 것과 같은 벤츠 E350을 모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딱딱한 거래 분위기를 공통 관심사로 부드럽게 풀어내기 위해 가격을 물었다가 오히려 기분만 상했다. 자신은 한국에서 9000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 거래처 사장은 5만달러(5500만원 수준)에 구입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입차 가격 및 애프터 서비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MBC는 21일 뉴스데스크에서 수입차 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벤츠 32개 차종의 수입면장을 분석한 결과, 15개 차종은 마진율이 20%가 넘은 것으로 나왔다.
벤츠의 최고급세단인 S600의 경우 수입가는 11만5000달러(1억3000만원 정도)이지만 판매가격(1월 기준)은 2억7000만원으로 수입가의 두 배가 넘었다. 벤츠 E300도 수입차는 3800만원, 판매가는 7000만원 정도에 달했다.
MBC는 판매가격에 30% 정도로 추산되는 세금과 딜러 마진율 9% 정도를 감안하면 수입차는 S600의 경우 대당 6800만원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또 벤츠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센터는 26곳에 불과해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비가 비싸고 수리기간도 2~3주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사실, 수입차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입차시장은 급성장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애프터서비스가 자주 문제로 대두된다.
수입차시장이 개방된 87년 1개 브랜드가 10대를 파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5개 브랜드가 10만대를 판매했고 올해에는 25개 브랜드가 350개 모델로 12만대 넘게 팔아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급성장한 시장과 달리 이를 뒷받침해줄 애프터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6월 벤츠, BMW, 폭스바겐, 혼다,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 등 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정비센터 1곳당 차량등록대수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정비센터 1곳이 감당해야 하는 차량대수는 벤츠 3672대, BMW 3306대, 폭스바겐 2677대, 혼다 2625대, 아우디 2589대 순이었다.
소비자원은 수입차메이커들이 원활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비센터 확충과 함께 기존 1~2급 정비공장을 협력업체로 지정하는 등 전국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수입차 부품 병행수입 활성화로 부품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등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입차업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이 중심이 돼 정비센터 확충과 서비스 품질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협회도 양적 측면뿐 아니라 소비자 만족 증대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 강화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상당기간 수입차업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