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예은 기자]한창 쌀쌀해진 가을이지만 패션계의 움직임은 빠르다. 디자이너들은 이미 내년 봄과 여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기억 속에서 잠시 사라진 봄의 전령 '나비'를 2013 S/S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많이 볼 수 있었다.
5년 이상 된 기성 디자이너들의 '서울컬렉션' 중에서도 대표 주자인 이상봉(위 사진)과 5년차 이하의 신진 디자이너로 분류되는 구연주-최진우(J KOO, 아래 사진)가 같은 날 나비를 주제로 한 런웨이를 선보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나비는 입체적이고 로맨틱했다. 천 위에 수놓인 나비도 있었지만, 진짜 나비처럼 옷 위에 올라앉거나 모델의 얼굴 위에서 마스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영롱한 색깔을 뽐내며 나비 여러 마리가 모여 한 벌의 옷을 만들어내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화사한 프릴이 자아내는 곡선미는 1960년대, 디자이너의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 이해가 될 만큼 로맨틱했다.
반면 J KOO의 나비는 옷과 함께 천 위에 붙은 '무늬'였다. 평면적이지만 그만큼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나비의 원색과 블랙의 만남이 도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으며, 똑같은 나비가 아닌 각양각색의 나비가 반복되는 패턴 위에 그려져 팝아트와 같은 효과를 냈다. J KOO의 옷은 나비의 컬러를 뺀다면, 블랙&화이트의 아주 미니멀한 디자인만이 남을 만큼 직선적이고 강렬하다.
관객의 입장에서 가끔은 '같은 시즌, 똑같은 주제를 다른 디자이너도 잡는다면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져도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디자이너들의 창조성이 가진 범위는 하늘만큼이나 넓어, 그들이 본 '나비'는 이름만 같을 뿐 활용된 이미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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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패션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