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김모(12) 군은 지난 1월 새해를 맞아 ‘금연’ 계획을 세웠다. 3학년 때부터 피워온 담배 탓에 농구할 때도 숨이 차고 가래도 자주 나오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몸에 밴 담배 냄새 탓에 친구들도 자신을 피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친구들과 담배를 자주 피우는 PC방에도 가지 않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정확한 금연 방법을 몰라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다. 김 군은 “금연클리닉 등을 찾고 싶지만 주변 시선이 신경쓰여 망설여진다”며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어떻게든 담배를 끊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이 흡연 경험이 있을 정도로 초등학생 흡연율이 높아진 가운데 금연을 고민하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금연프로그램이 중·고등학생 이상 흡연자에 맞춰져 초등학생들의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25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공동 운영하는 금연상담전화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전체 상담자 9300여 명 중 14세 미만은 18명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성인 흡연자들의 평균 흡연 시작 연령이 12.7세로 조사된 점 등에 비춰볼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하지만 보건당국에서는 초등학생 금연 지원은커녕 흡연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 흡연율 조사 대상이 중학생 이상이기 때문에 초등학생 흡연율은 집계되지 않는다”며 “금연 지원보다 흡연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연을 원하는 초등학생들은 ‘이쑤시개를 물고 다니며 혓바닥을 자극하라’ ‘빨대나 나무젓가락 등을 계속 빨아라’ 등 인터넷 상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금연 방법을 따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정석(정신과) 보라매병원 교수는 “흡연자의 40%가 초등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초등학생에 대한 금연 교육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흡연은 엄연한 중독인만큼 초등학생 흡연자들도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