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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훈계하다 맞아 숨진 가장…다섯식구 생계 막막

[기타] | 발행시간: 2012.11.01일 11:03

【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 경기 수원에서 길거리에 침을 뱉는 고등학생을 훈계하다 고교생 등에게 맞아 숨진 30대 가장의 유가족들이 이번에는 극심한 생활고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뉴시스 8월1일자 보도)

지난 7월21일 0시20분께. 직장에서 회식을 하고 집에 온 김모(39)씨는 막내 아들(5)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자 늦은 시간임에도 부인 유모(32·여)씨와 함께 아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편의점에 도착한 그는 아들이 사달라는 자동차 장난감을 사기에 4000원이 부족한 것을 알고는 돈을 더 가져오라며 유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이때부터. 편의점 앞 길거리에 침을 뱉는 고교생들을 본 김씨는 "그러지 말라"고 나무랐고 말을 듣지 않자 멱살을 잡았다.

친구가 멱살을 잡히자 함께 있던 김모(16)군은 김씨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여기에 이 모습을 목격한 행인 신모(20)씨까지 시비에 가세하면서 몸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군이 걷어찬 발에 맞아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쳤다.

유씨가 돌아오기까지 불과 5~6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의 어린 막내 아들은 이 모든 광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고 이후 김씨는 8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같은 달 27일 오후 4시30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그렇게 김씨가 숨진 지 세 달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세차장에서 일해 온 김씨는 생전에 가난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모(73)와 부인 유씨, 12살, 9살, 5살인 세 아들까지 여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든든한 가장이었다.

퀵서비스, 사출공장, 세차장 등 안해본 일 없이 힘들게 일했지만 집에서는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15년 넘게 방범순찰 봉사활동을 해 올 정도로 성실한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였다.

부인 유씨는 자동차 부품관련 부업을 하며 반찬값을 벌었지만 아이들이 아버지를 잃고 난 뒤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해 현재는 일손을 놓은 상태다.

유씨는 사고 이후 매일 같이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느냐. 빚을 내서라도 병원비와 장례비 일체를 책임지겠다"는 김군 가족들의 말을 믿고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진술은 또다른 고통을 불렀다. 이 진술 이후 법원은 김군 등에 대해 경찰이 상해치사 혐의로 신청한 영장을 기각 했고 김군의 가족은 곧바로 연락을 끊어 버렸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해 병원비 외에 피해자 가족과 합의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검찰이 재차 김군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피해자가 폭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유씨는 "남편을 잃은 고통도 컸지만 이제는 빠듯한 살림에 당장 장례를 치르는 일이 발등의 불이었다"며 "왜 그날 편의점에서 혼자 집에 돌아갔는지 왜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지 후회스럽다"고 했다.

유씨는 현재 비가 새고 곰팡이가 잔뜩 낀 반지하 집에서 병든 시어머니와 세 아들을 홀로 부양하며 살고 있다. 방 3개짜리 전셋집이지만 곰팡이가 너무 심해 방에서는 잠을 잔 기억이 없다. 3년 전 가스비 미납으로 도시가스마저 끊기면서 냉기 가득한 거실에서 스티로폼 하나에 의지해 다섯식구가 잠을 청하고 있다.

그는 "사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막내 아들은 형들만 봐도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고 구급차를 보면 '엄마, 누가 죽었나봐'라며 두려움에 떤다"면서 "한 집안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가해자들은 장례식조차 와보지 않았다"고 원망했다.

김씨 노모는 "인정 많고 착한 아들이었다"면서 "아직도 아들이 죽은 것을 믿을 수 없다.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며느리 유씨에 대해서도 "어린 나이에 없는 집에 시집을 와 고생만 했다"며 미안함에 고개를 떨궜다.

검찰은 29일 김군과 신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사건을 매듭지었지만 피해자 가족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ns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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