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후보에 몰표 5060에 적개심
2030 "노인 무임승차 폐지" 서명
“선택은 늙은이들이 하고 책임은 젊은이들이 지는 사회가 바람직한가.”(포털 아이디 einl***)
“어르신들은 나라와 가족을 위해 피땀 흘렸지만 젊은 놈들은 한 게 뭐가 있냐.”(〃 rama**)
제18대 대통령선거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할 조짐이다. 20∼30대 일부 젊은층이 여권 후보에 표를 몰아준 50∼60대에게 선거 패배의 충격과 실망감을 적개심으로 표출하고 있다.
23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좋은일만생긴다’는 필명의 누리꾼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대선 직후인 20일 시작한 서명은 목표인 8888명을 넘겨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오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 주세요!’ 청원 모습.
이 누리꾼은 “노인들이 국민복지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 달라”며 “이래야 복지가 어떤 것인지 코딱지만큼이라도 느끼시려나”라고 꼬집었다. 50∼60대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으니 이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재검토해 ‘선별적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필명 ‘무장신공’은 ‘기초노령 연금제도 폐지를 원합니다’란 청원에서 “복지는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분들에게서 그 혜택을 거둬들일 때가 됐다”고 비아냥댔다. 이들 청원에는 “아이들 무상급식도 빨갱이라 욕한 저들이 복지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느냐”는 댓글도 달렸다. 심지어 버스·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하지 않기, 재래시장 대신 대형마트 이용하기와 한우 대신 값싼 수입쇠고기 먹기를 건의하는 과격한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고령 세대의 희생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며 “그들이 보편적 복지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젊은 세대가 그들의 복지를 철폐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세대갈등이 지속·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선거가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컸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