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준이 바닥을 쳤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표현이 속상했어요.”
그룹 H.O.T 출신 가수 문희준(34)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항상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10대들의 우상’이라는 후광을 벗고 자신이 원했던 음악 장르를 택한 문희준에게 팬이 아닌 안티의 이름으로 가해진 비판은 혹독할 만큼 냉정했다.
하지만 문희준은 다소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바닥을 쳤다’는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문희준은 약 3년7개월 만에 새 미니앨범 ‘문희준 비긴즈(BEGINS)’을 발표했다. 춤을 추던 아이돌 스타에서 장르 뮤지션으로, 다시 댄스로 돌아온 문희준의 새로운 출사표다.
- 오랜만에 가수로 컴백한다.
솔직히 나도 어색하다. 무려 3년 7개월만이다. 남들이 “맞아, 너 가수였지?”라고 말할 정도다. 첫 방송을 앞두고 새벽까지 연습하고 있다. 군 제대 후 예능프로그램에 처음 도전하는 기분이다.
- ‘문희준 비긴즈’를 위해 작사, 작곡, 편곡까지 1인3역을 담당했다. 전 앨범들과는 음악적 장르가 상당히 달라졌다.
솔로 데뷔 이후 추구했던 음악 장르와 달리 H.O.T 멤버로서 선보였던 댄스 장르를 선택했다. 새 앨범은 덥스텝(dub step) 장르로 구성했다. 2년 전부터 덥스텝에 빠졌는데 이를 내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H.O.T 멤버였던 내 모습이 다시 나오더라.
- 지난 4일 선공개한 발라드곡 ‘스캔들’ 뮤직비디오에 H.O.T 시절 사진을 넣은 것은 댄스로의 귀환에 대한 예고였나.
그렇다.(웃음) ‘스캔들’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감독님이 H.O.T 시절의 사진을 넣어 향후 발매할 새 음반이 댄스 장르임을 예고하고자 했다.
- 이제 30대 중반이다. 댄스 무대를 소화하는 것이 과거와 다른가.
확실히 나이는 속일 수 없다.(웃음) 새 안무 중에 90도로 허리 꺾는 댄스가 있는데 소리가 나면서 아프더라. 몸이 안 따른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연습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는 연륜이나 편안함, 여유 따위는 없다.
- 아이돌 후배들의 무대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뒀나.
팝핀, 애니메이션, 슬로우모션, 바이브레이션 등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자주 선보이는 댄스 장르를 이용했다. 후배들의 춤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특히 바이브레이션은 그룹 인피니트에게 한 번 시켜봤는데 이런 움직임은 배운 적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하더라. 이 친구들도 잘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 마디로 간을 본 것이다.(웃음)
- ‘스캔들’은 스타들의 비밀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연예인들에게 비밀 연애를 권장한다. 누구나 사랑을 할 때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들의 공개 연애는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는다. 나 역시 철저히 비밀 연애를 해 왔다. 데뷔 이후 편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데이트도 차 안에서만 했고 영화도 자동차 극장에서 봤다.
- 지금도 비밀 연애 중인가.(웃음)
그렇다고 해야 재미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연애 중이 아니다.(웃음)
- 새 앨범에 대한 H.O.T 출신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나.
부끄럽기도 하고 작업 중에는 H.O.T 멤버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했다.(웃음) 나는 무려 12년 만에 대중적인 성격의 음악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물론 H.O.T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딱 보여주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런데 우리끼리는 서로 결과물을 어수선하게 품평하지도 않는다. ‘좋네!’ 딱 이 정도다.
- 그동안 H.O.T의 재결합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됐다.
그 문제는 최근까지도 멤버들 사이에서 시기까지 꼼꼼하게 논의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각각 몸을 담고 있는 소속사가 다르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추진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진행해버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그룹 신화의 ‘몰래 온 손님’으로 출연했는데 그렇게 부럽더라.
- 새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듣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지 않은 표현이 있다. 내가 바닥을 쳤다가 다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데 난 바닥을 친 적은 없다. 안티 팬이 많았고 이미지가 바닥을 때렸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그동안 나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행복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다.(웃음) 그 ‘바닥 발언’에 어머니가 굉장히 마음 아파하신다. 어제 전화까지 하셔서 언론 관계자들을 만나면 그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정도로 합의해 달라고 꼭 부탁하라고 하시더라.(웃음)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라인엔터테인먼트, 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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