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17일 장관 후보자 11명을 지명함으로써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다. 지난 13일 6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조각을 매듭지었다.
경제 부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내정됐다.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엔 세계적인 IT 전문가이자 한국·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발탁됐다. 현 후보자는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이다. 이 밖에 윤성규(환경)·이동필(농림축산)·윤상직(산업통상자원) 장관 후보자도 해당 분야의 차관이나 고위직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방하남(고용노동)·윤진숙(해양수산) 장관 후보자는 현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다.
이날 발표한 11명 중 9명이 해당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문성”이라고 한 박 당선인의 원칙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써 본 사람을 또 쓴다”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이번에도 적용됐다.
17일 발표한 11명의 후보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인수위 혹은 박 당선인의 캠프 출신이다. 앞서 2차 인선에 포함됐던 윤병세 외교, 김병관 국방,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내부자’가 9명에 이른다. 최측근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수위원, 윤성규·방하남 후보자는 인수위 전문위원이다. 서승환 후보자와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몸담고 있다.
진영·윤성규·서승환·류길재·윤병세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공약을 담당한 국민행복추진위 출신이기도 하다. 대선 캠프(행추위)→인수위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책사단 출신들이 신(新)실세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은 2명이 기용되는 데 그쳤지만 호남 출신도 측근 중심으로 2명(진영, 방하남)만 발탁됐다. 지역·출신·성향을 따지지 않고 널리 인재를 등용한다는 탕평인사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각의 양대 축인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모두 중량감보다는 실무급 인사라는 점에서 내각보다는 청와대에 힘이 더 실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실무형 주변 인물로 인사가 이뤄졌다”며 “내각을 약체로 만드는 대신 강한 청와대로 가겠다는 포석” 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설·통합되는 부처 장관들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를 없애려는 건지, 야당에게 백기를 들라는 것인지 착잡하다”(박기춘 원내대표)고 강력 반발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내각 인선 발표 이후 양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자회담을 열어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절충에 실패, 당초 예정한 정부조직법개정안의 18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한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어 향후 김종훈 후보자의 복수국적 문제 등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일보 신용호·하선영 기자